'눈물의 피날레' 최혜진 "그래도 역시 우승이 좋네요" [창간인터뷰①]

입력 2020. 11. 30. 07:33 수정 2020. 11.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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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시즌 최종전 우승의 주인공 최혜진 선수입니다."

사상 최초의 우승 없는 대상은 없었다. 최혜진(21, 롯데)은 지난 15일 마무리된 KLPGA투어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 퍼트가 홀 속으로 들어간 순간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평범한 1승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무관의 여왕이 될 뻔했던 그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서 거둔 감격의 첫 승이었다.

2020시즌 최혜진은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최종전에 앞서 치른 15개 대회에서 무려 13차례 톱10에 들며 3년 연속 대상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3년 연속 대상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신지애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 어떻게 보면 우승보다 더 힘든 걸 해냈다. 그러나 지난해 5승과 함께 대상, 다승왕, 최저타수상, 상금왕, 인기상, 베스트플레이어 트로피까지 6관왕을 차지한 그에게 우승 없는 대상은 성에 차지 않았다. 첫 승을 향한 갈망은 결국 마지막 대회에서 극적으로 실현됐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3년 연속 KLPGA 무대를 평정한 최혜진과 함께 올 시즌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골프 피팅 샵에서 만난 그는 “우승 없는 대상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역시 우승을 하니 좋다”며 그날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음은 최혜진과의 일문일답이다.

-극적인 20202시즌이었다. 올해를 마친 소감은.
“아쉬움이 더 많은 시즌이었다. 솔직히 전체적인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우승이 없어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조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최종전에 임했나. 우승 없는 대상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우승 없는 대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3년 연속 대상도 12년 만이라고 들어서 둘 다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우승하려고 크게 애를 쓴 건 아니었다. 그냥 마지막 대회라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했다. 올해 들어서 가장 편안한 대회였다. 그래서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최종전 우승 인터뷰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는.
“너무 좋아서 그랬다. 올해 잘해왔는데 우승이 없어서 인정을 못 받는 기분이 들었다. 또 주변에서 친한 선수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마음 한편에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우승은 할 때마다 좋다. 올 시즌 좋은 마무리였다.”

-최종전에서 KPGA 김민규(19)가 백을 메 화제가 됐다.
“(김)민규랑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됐다. 같은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같은 코치님에게 배웠다. 시즌이 잠깐 휴식기였을 때 민규 대회에 내가 백을 메줄 수도 있다고 농담했는데 민규도 내 백을 메주고 싶다고 했다. 마침 마지막 대회라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민규에게 부탁했다. 최종전이 평소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였는데 민규 덕분에 재미있고 편하게 쳤다.”

-올해를 비롯해 정말 꾸준한 모습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비결은 잘 모르겠다. 경기할 때 그린적중률(2020시즌 83.8294%)이 높은 편인데 그 수치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린적중률이 높아지면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이 크게 줄어들고, 스코어관리도 편해진다.”

-멘탈도 강한 편인가.
“매주 대회를 하다 보니 안 될 때 좌절하기보다 무덤덤하게 넘기는 스타일이다. 다음 대회를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받고 싶어 했던 인기상은 김효주에게 돌아갔다.
“올해 (김)효주 언니가 성적도 잘 나오고 경기력도 굉장히 좋았다. 언니가 받을만했다.”

-올해 팬들 없는 골프장도 아쉬웠을 것 같다.
“원래는 경기장에 팬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계시면 소음 등 가끔 경기에 방해되는 상황이 생긴다. 빨리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일부 팬들이 길을 막을 때도 있다. 그래서 안 계시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대회장이 너무 조용했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우리끼리 연습하는 느낌이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팬들이 계셔야 즐겁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다. 팬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US오픈 참가를 위해 12월 2일 출국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가는 게 좋지만, 현지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데 또 가는 선수들은 많이 간다. 결국 갈 수 있을 때 가보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세영, 이정은 등 현지에 있는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따로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대회장만 다니면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정했다.”

-아무래도 팬들은 2017년의 영광을 잊을 수 없다.(최혜진은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에 출전해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다.)
“잘했던 기억이 있어 한 번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번에는 두 코스로 나눠 진행된다고 해서 걱정인데 가서 적응하면 금방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종전을 치르면서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편한 마음으로 할 때 더 잘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즐겁게 친다고 안 되는 게 아니다.”

-귀국 후 자가격리도 해야 한다.
“대회만 잘하고 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웃음). 휴식을 비롯해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2021시즌 목표는.
“작년에 워낙 좋은 결과가 나와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셨는데 올해는 거기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내년에는 올해 부족했던 것들을 많이 보완하고 준비해서 더 나은 시즌으로 찾아뵙고 싶다.”

-코로나19에도 많은 응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팬들에게 한마디.
“많은 응원에 항상 감사드린다.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은 내년에도 국내에서 뛸 예정이다. 4연패를 위해 또 열심히 해보겠다.”

[창간인터뷰②]에서 계속.

[최혜진.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KLPGA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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