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임충식 기자 입력 2020. 11. 30. 07:10 수정 2020. 12. 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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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선미촌 문화재생사업①]예술촌으로 변신 중

[편집자주]전북 전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선미촌이 성매매집결지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 성매매업소가 있던 자리에 전시관과 책방, 박물관 등이 들어섰고,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도 마련됐다. 호객행위를 하던 길은 ‘여행길(여성이 행복한 길)’로 변신 중이다. 2014년 첫발을 내디딘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 마을주민, 예술가가 힘을 모아 시작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가 올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 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의 의미와 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29일 전북 전주시 선미촌 일원에서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오른쪽 두번째)과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이 성매매업소 자리를 매입해 예술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용선 수석과 김승수 전주시장 등은 이날 열린 제1회 사회혁신한마당에 참석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집단성매매 장소인 선미촌을 둘러봤다. 전국 사회혁신가들의 첫번째 만남의 장인 이번 행사는 12월1일까지 3일간 한국전통문화전당 등 전주시 일원에서 진행된다.2018.11.29/뉴스1 © News1 임충식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행정이 전면으로 나서 개발하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흔적을 남길 공간이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선미촌을 예술촌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017년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 태스크포스팀 특강에서 한 말이다. 김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선미촌 도시재생 사업인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성매매업소가 있던 곳에 문화예술복합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추진을 위한 민관협의회는 2014년 구성됐으며 연구 용역은 2015년에 이뤄졌다. 본격 사업에 착수한 것은 2017년이다.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전주시는 2017년 6월 선미촌 성매매업소를 사들여 현장시청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Δ물결서사(예술책방) Δ시티가든(마을정원) Δ성평등전주 커먼즈필드(주민협력소통공간) Δ노송늬우스박물관(마을사박물관) Δ새활용센터 다시봄 등을 조성했다. 전시활동과 공연이 가능한 문화예술복합공간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 성매매업소를 사들여 한 사업들이다.

전북 전주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의 기반공사 조감도 © News1 김춘상 기자

◇시민과 전문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았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기관에서 주도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이 사업은 마을주민과 여성인권단체, 예술가들로 구성된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과 구체적인 계획도 이 곳에서 정한다.

전면개발이 아닌 ‘점진적 기능전환’도 주목할 점이다. 실제 이 사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처럼 호흡을 길게 가진 이유는 이곳에 사는 일반 주민들과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살피기 위해서다.

정은영 서노송예술촌팀장은 “전면적으로 개발하면 성매매가 음성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대부분 인근지역이나 타 시도로 이동하게 된다”면서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이 호흡을 길게 가진 것도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센터장은 “여기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아픔을 지우는 것이 아닌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고 말했다.

18일 전북 전주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의 한 성매매업소 유리문에 '철거'를 알리는 글자가 적혀 있다.2020.4.18/뉴스1 © News1 임충식기자

◇성매매 업소 2002년 85곳→2020년 15곳…최근 2~3곳 추가 폐업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선미촌에서 이뤄지던 성매매 영업도 위축됐다.

전주시에 따르면 2002년 선미촌 성매매업소는 총 85개, 성매매여성은 250여명에 달했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준비를 하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발족할 당시인 2014년에는 49개소(88명)가 존재했다.

하지만 2018년 6월에는 24개소(47명)로 줄었으며, 올해에는 15개소 (22명)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2~3개 업소가 추가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추진으로 발생하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 및 생존권 문제는 전주시나 여성인권단체에서 풀어야할 숙제였다. 실제 사업 초기 성매매여성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전주시는 전북인권여성센터와 함께 경제적, 심리적 지원에 적극 나섰다. 상담소를 운영하고 쉼터를 연결해줬다. 그룹홈과 자활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도왔다. 법률적·의료적 서비스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전북 전주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을 지나는 권삼득로에서 도로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한 그루도 없던 가로수도 많이 보이고 있다.(전주시 제공)2020.4.18/뉴스1 © News1 김춘상 기자

◇권삼득로, '여행길'로 변신…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선미촌을 가로지르고 있는 ‘권삼득로’도 변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전주시는 전주고에서 여성인권센터까지 약 650m 구간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곡선형 차도와 인도를 만들고, 이팝나무 등 가로수도 심고 있다.

전주시는 이 길에 '여행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성이 행복한 길이라는 뜻이다. 시는 선미촌이 예술촌으로 바뀌면 한옥마을 등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 여행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사는 이번 달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보안등과 가로등, 우범지대 방범용 CCTV 7개도 설치됐다. 환경이 바뀌면서 이곳에서 발생하던 범죄 발생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 성매매집결지가 위치한 서노송예술촌 일대의 112 신고를 보면 2015년 1만8000여 회에서 지난해 1만2000여회로 줄어들었다.

환경이 바뀌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과 관관객들이 선미촌 곳곳에 위치한 문화공간을 찾고 있다. 주민소통 공간인 성평등전주 커먼즈필드에 위치한 카페에는 평일에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여행길을 걷는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선민촌 문화재생사업을 벤치마킹하려는 타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예년보다 방문객이 줄었다. 하지만 선미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여전하다.

정은영 서노송예술촌팀장은 “애초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면서 “점점 변화고 있는 선미촌에 많은 사람이 관심이 가진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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