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손흥민 아니면 케인' 의존도 심각, 다른 득점루트 필요하다

김정용 기자 2020. 1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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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해리 케인(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 아니면 해리 케인이 최소한의 득점을 만들어왔지만, 토트넘홋스퍼의 단순한 공격은 첼시 상대로 한계를 드러냈다. 더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하다.


30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를 치른 첼시와 토트넘이 0-0으로 비겼다. 토트넘은 승점 21점을 따내며 리버풀을 득실차로 누르고 선두를 지켰다. 첼시는 승점 19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선발로 시작해 후반 추가시간 교체될 때까지 뛰었으나 골은커녕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과는 무승부였고, 토트넘이 선두를 지키긴 했지만 운이 좋았다. 슛 횟수가 첼시 12회, 토트넘 5회로 크게 기울었다. 토트넘 신예 수비수 조 로든의 두 차례 실수가 첼시의 득점 기회로 번번이 연결됐다. 티모 베르너가 골망을 흔들기 전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 않았다면, 백패스를 가로챈 올리비에 지루가 형편없는 슛을 날리지 않았다면 토트넘이 패배했을 경기였다.


첼시는 그저 전력이 뛰어나서 토트넘을 꺾은 게 아니었다.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때도 있지만 토트넘 상대로는 철저하게 안정성부터 챙겼다. 바로 전 경기에서 맨체스터시티가 수비라인을 무턱대고 전진시키다 손흥민에게 골을 얻어맞고 패배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첼시는 공격할 때도 포백을 비교적 후방에 머무르게 했고, 은골로 캉테가 그 앞을 철저히 지켰다. 캉테는 토트넘의 양대 공격루트인 탕귀 은돔벨레와 케인을 모두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토트넘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강호 첼시와 비겼다고 해서 토트넘의 수비축구가 효용을 잃은 건 아니다. 4경기 연승이 끊기긴 했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9경기 무패 행진 중이며 선두도 지켰다. 최근 5경기 2실점으로 수비력은 잘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격수 케인이 후방으로 내려가 뿌려주는 패스, 손흥민의 노골적인 배후 침투만으로 공격 대부분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양상이 단순해진다. 램파드 감독은 토트넘의 전략을 다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리뉴식 손흥민 활용법의 파훼법이 나왔다는 걸 뜻한다.


수비축구를 유지하면서도 계속 승리를 챙기는 비법은 무리뉴 감독이 이미 16년 전 보여줬다. 포지션을 불문하고 득점력 갖춘 선수가 더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를 이끌고 2연속 EPL 우승(2004~2006)을 달성하던 당시에는 풀백 윌리암 갈라스가 기습적인 드리블에 이어 결승골을 넣는 등 예측 못한 곳에서 골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진영으로 롱 패스를 우겨넣는 전술 옵션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깔끔한 헤딩 경합이 되지 않더라도 상대 문전으로 일단 롱 패스를 집어넣은 뒤 혼전 상황에서 이득을 노리는 건 과거 무리뉴 감독이 종종 써먹었던 득점 루트다. 윙어를 통한 역습이 통하지 않는 경기라면, 제공권을 통한 역습으로 전환하는 것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방법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190cm 장신 공격수 카를로스 비니시우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EPL에서 단 12분만 활용하면서 비니시우스 투입을 꺼리고 잇다.


결국 필요한 건 세트피스 득점이다. 수비적인 축구를 하는 팀일수록 세트피스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토트넘 주전 중 최장신인 에릭 다이어(188cm)가 지난 시즌 무득점이었을 정도로 득점력이 약하다는 점, 역시 188cm인 공격수 케인 역시 세트피스 공격에는 그리 강한 편이 못된다는 점이 아쉽다. 세트피스 득점력을 타고난 선수가 없다면 전술을 통해 확률을 높여야 한다.


첼시전에서도 토트넘은 여러 번 세트피스 기회를 잡았으나 에두아르 망디 골키퍼를 제대로 위협한 공격은 없었다. 케인이 날린 프리킥 슛은 골대를 빗나갔고, 손흥민이 문전으로 올리려던 공 역시 부정확하게 날아갔다. 코너킥 상황에서도 그리 위협적이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제 케인과 손흥민 말고 다른 득점루트도 필요한 시점이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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