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죠" 이승현-이종현, 포탄소리 들으며 쌓은 브로맨스 [창간인터뷰①]

2020. 1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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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이)승현이 형한테 영통(영상통화)하면, 항상 (이)종현이랑 같이 있어요. 종현이한테 영통하잖아요? 그럼 승현이 형이랑 있어요. 항상 그래요." 고려대의 황금기를 함께 했던 문성곤(KGC인삼공사)의 제보다.

사실 특별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지 않아도 이승현(28, 197cm), 이종현(26, 203cm)은 농구계에서 유명한 브로맨스로 꼽힌다. 까까머리 시절 이종현이 보낸 당돌한 문자메시지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암흑기를 걸었던 고려대의 부활로 이어졌다.

대학시절 각각 포지션, 학번 랭킹 1위에 올랐던 이승현과 이종현은 기대대로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그때만 해도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건 대표팀, 올스타전이 아니라면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은퇴 전 연봉 많이 양보해서 만나자"라며 나눴던 다짐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고양 오리온이 울산 현대모비스, 전주 KCC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이종현을 영입한 것. 고려대가 이승현-이종현으로 구성된 '역대급 트윈타워'로 부활했듯,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던 오리온도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갖춘 셈이다.

-요새 인터뷰 많이 진행하느라 정신없을 것 같아요.

이승현 "휴식기에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어요. 트레이드 다음날이 엄청 났죠. (인터뷰)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합동 인터뷰 형식이라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어이구야…. 7~8명이 한 번에 와서 하시더라고요. 종현이랑 같이 인터뷰한 건 대학 3학년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4학년 때는 종현이가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나가서 대학리그 챔프전을 못 뛰었거든요."

-'다시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도 많이 들었겠네요.

이승현 "엄청 많이 들었죠. 그때마다 말씀드렸던 건데, '은퇴하기 전쯤 서로 연봉을 정말 많이 줄여서 마지막이라도 함께 해보자'라고 얘기했었거든요. 그게 빨리 이뤄진 거죠. 이렇게 빨리 만난 건 로또 맞을 확률 아닐까 싶어요."

이종현 "프로 오기 전부터 함께 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됐죠. 처음에는 실감 안 났는데, 트레이드 되자마자 결과(2연승)도 좋았잖아요.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

-찾아보니 같은 대학에서 1년이라도 함께 뛰었던 동문이 각각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히고, FA 되기 전 한 팀에서 만난 건 굉장히 드문 일이더라고요. 아마 방성윤, 김태술(당시 SK)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이승현 "아, 진짜 흔치 않은 사례네요. 우리가 처음이 아니라는 건 아쉽네요."

-유재학 감독이 2016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었을 때 정말 좋아했잖아요. 아시안게임 우승한 이후 처음 본 리액션이었는데, 그 정도로 이종현에 대한 기대가 높았죠.

이종현 "일단 죄송하죠. 감독님, 현대모비스 팬들이 많이 기대해주셨는데 거기에 부응하지 못했어요. 부상도 많이 당해 죄송한 마음이 커요. 그런데도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재활할 때도 그랬고요. 현대모비스 팬들에게서 따뜻한 정을 많이 느꼈어요. 나중에 울산 원정경기하게 되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현대모비스가 FA로 장재석을 영입하면서 빅맨이 포화상태가 됐잖아요. 그때 '혹시 트레이드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

이종현 "그땐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전혀…. 트레이드 추진 중이라는 기사 나오기 전까지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요. 기사는 나왔는데 당사자는 들은 게 없고, 기사 본 후 운동을 나가서 혼란스러웠죠. 다음날 보도자료 나가기 전 전달 받았는데, 그때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승현 "트레이드 추진 중이라는 기사 나온 날 안양에서 KGC인삼공사와 경기가 있었어요. 정규리그에 그렇게 많은 기자들이 온 건 진짜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SPOTV에서도 사전 인터뷰하면서 종현이한테 보내는 영상을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아직 추진 중인 건데요?'라고 하니까 안 되면 안 쓰는 걸로 할 테니 찍자고 하셨어요. 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죠. (오)세근이 형도 '동생 가서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무산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제3자 입장이었지만, 그래서 종현이가 힘들어했죠. 혼란스러워하더라고요. 발표된 후 '현대모비스 동료들, 울산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간직하고 여기서 새롭게 시작해보자'라고 말해줬어요."

-트레이드 추진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던 날, 잠은 잘 잤나요?

이종현 "평소랑 비슷했어요. 승현이 형이 '안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트레이드 되는 걸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뒤집어지면, 그것도 그거대로 혼란스러운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승현 "종현이가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는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저희 팀은 백업 빅맨이 필요했고, 현대모비스도 (김)국찬이가 다쳤고요. 물론 (최)진수 형이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죠. 하지만 구단의 결정이고, 여기는 프로잖아요. 트레이드는 자주 있는 일이고요. 진수 형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종현이가 오게 되는 건 당연히 좋았죠. 누구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친동생이 온다니 당연히 좋죠."

-농구계에서 이 정도 브로맨스는 찾기 힘들 것 같아요.

이종현 "역대급이죠. 장담해요. 농구대잔치 시절 선배들 중에도 이 정도는 없을 것 같은데…."

이승현 "(김)종규 형, (김)민구 형도 엄청 친한 사이인데 저희만큼은 아닐 거예요."

-어린 시절 이승현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인연의 시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종현 "(성)기빈이가 승현이 형 후배이자 제 친구예요. 아직도 기억나요. 폴더폰 쓸 때인데 기빈이한테 연락처 받아서 '휘문중 이종현입니다.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라고 보냈어요. 처음 본 건 초등학교 다닐 때였지만, 어린 마음에 잘하는 선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고1 때 청소년대표팀에서 만나면서 친해지게 됐죠."

이승현 "제 입장에선 생뚱맞죠(이종현 :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기빈이가 연락처 알려준 거 언질도 안 했었거든요. '나중에 경기장에서 만나자'라고 답장 보냈는데, 그때가 고등학생-중학생으로 갈라지던 시기여서 한동안 만날 일이 없었죠. 종현이가 경복고 입학한 후 처음 봤어요. 제가 블록 안 당하는 편이잖아요. 근데 첫 대결에서 얘한테만 5블록 당했어요. 첫 블록 나온 후 공이 제 앞에 떨어져서 곧바로 공격 리바운드 잡아서 다시 슛 던졌어요. 근데 또 블록 당했어요.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했다가 5블록 당한 거죠. 그 경기가 전국체전 평가전이었는데…(이종현 : 근데 경기는 저희가 졌어요)."

-청소년대표팀 때 추억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승현 "여행금지국가에서 추억을 쌓았어요. 2010 U-18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예멘에서 열렸는데, 밤마다 포탄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저는 (한)상혁이, 얘는 (허)웅이랑 같은 방을 썼는데요. 무서웠는지 우리 방으로 와서 새벽까지 벌벌 떨더라고요. 저도 무서웠죠. 갑자기 정전되는 날도 있었고요. 가면 안 되는 국가였는데 어떻게 대회가 열렸던 건지…. 입국 첫날 버스타고 가는 길에 포탄 맞아 부서진 호텔 보면서 '저긴 왜 저러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원래 저희가 묵을 호텔이었더라고요. 체육관 코트도 아스팔트 바닥이었어요(이승현은 이 대회 때문에 중동음식을 싫어한다는 설도 있다)."

이종현 "해외 다녀오면 여권에 흔적이 남잖아요. 그 후에 미국 갔다가 엄청 고생했어요. 공항에서 예멘 왜 갔다 왔냐며 3시간 동안 붙잡아 놓더라고요. 근데 그때 친해진 덕분에 승현이 형 따라서 고려대까지 가게 됐죠."

-만약 이승현이 고려대가 아닌 연세대나 중앙대였다면, 그래도 이승현 따라서 그 학교로 진학했을까요?

이종현 "그랬을 거예요. 그럼 '두목호랑이'가 아니라 '두목독수리', '두목청룡'이 됐겠죠."

이승현 "'대머리독수리' 아니고?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요. 고등학교가 연습경기 때문에 대학교로 오잖아요. 종현이 고3 때 일인데 이민형 감독님이 '종현이 필요한 거 있다고 하면 네가 다 챙겨줘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양말, 테이프 박스로 줬어요. 야식 먹고 싶다고 하면 용돈 보내줬고요. 제가 엄청 노력했죠. 그렇게 안 해도 왔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학교 입장에서는 저라는 선례도 있었고요. 저도 원래 다른 학교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틀어진 거였거든요. 얘가 원치 않아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때 저희가 딱 종현이 자리 빼고 다 갖춰진 팀이었거든요. (박)재현이 형, (김)지후 형, 성곤이, 그리고 저. 종현이가 와서 농구인생의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죠."

-이종현이 신입생일 때 정규리그 1위만 경희대에게 넘겨줬고, 챔프전은 우승을 했죠. 이후 함께 뛴 대학리그는 모두 통합우승을 했고요.

이종현 "'진짜'만 이긴 거죠. 그런 거(정규리그 1위)는 그냥 준 거고요(웃음)."

이승현 "아마 저희가 함께 뛰게 된 후 첫 공식전이 프로-아마 최강전이었을 거예요. 고양체육관에서 열렸고, 1라운드에서 부산 KT를 만났는데 졌어요. 그때 진짜 열 받았어요. 훈련도 엄청 많이 받았거든요. 바로 다음 주에 KT랑 연습경기 했는데, 외국선수들 다 뛰는데도 저희가 10점 정도 차이로 이겼어요."

-코트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잘 맞나요?

이승현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최근 2연승할 때도,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죠. 서로 알아서 움직여요. 종현이도 제가 언제 패스할 줄 아는 거죠. 근데 첫 경기에서 중요할 때 공을 놓쳐서…(이종현 : 제가 형한테 한 번 더 기회 주려고 한 거죠. 큰 그림 그린 거예요). 아오, 진짜 그땐…. 근데 첫 경기였으니까요. 전자랜드전도 기록으로 안 나왔지만, 서로 엄청 유기적인 움직임이 나왔거든요."

※ 이승현은 삼성전에서 접전이 이어지던 경기종료 직전 슛 모션으로 수비를 유도한 후, 골밑에 있던 이종현에게 패스한 바 있다. 찬스였지만, 이종현이 공을 놓쳐 공격은 무산됐다. 이승현은 경기종료 후 "'내가 언젠가 한 번은 줄 거다'라고 얘기했는데, 그걸 놓치더라고요. 하, 참…"이라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의 성격은 어떤가요?

이승현 "그것도 정반대예요. 저는 사람들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걸 좋아하는데. 종현이는 낯을 많이 가려요. 정말 친한 사람들하고만 얘기하는 성격이죠. 제가 종현이 성격 많이 바꿔준 거예요. 낯가림이 워낙 심했거든요. 예전 성격이었으면 이렇게 오자마자 선수들이랑 못 어울렸을 거예요. 그 정도로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죠."

[이승현, 이종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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