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병든 대산호초, 이상기후 '라니냐'가 구해줄까

이정호 기자 2020. 11. 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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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인한 '백화현상' 몸살
올해 저수온 현상 '라니냐'에 기대
과학계 "황폐화 멈추기엔 역부족
확실한 대책은 온실가스 감축"

[경향신문]

2016년 호주 대산호초 지역 리자드섬 연안에서 백화현상이 일어나기 전(위 사진)과 후의 모습. 그린피스 제공

“그레이트배리어리프(대산호초)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를 보고 싶은 사람이든, 꼭 가봐야 하는 곳입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토르 역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의 이름으로 호주관광청 웹사이트에 게재된 이 문장은 대산호초가 호주 관광자원에서 갖는 비중을 잘 보여준다. 대산호초는 둘레가 230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이다. 대산호초는 육지의 열대밀림 같은 역할을 해 생태계가 방대하게 발달해 있고, 수영과 스노클링을 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대산호초가 산호의 몸체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대규모 백화현상이 3번이나 일어났는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과학계에선 백화현상을 산호초 절멸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상황이 꼬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지구 자체적인 기상 변화가 대산호초를 구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온다. 바로 ‘라니냐’ 현상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이 예년보다 0.5도 이상 차가워지는 일이다. 한국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측정된 열대 태평양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25.7도를 기록해 평년보다 0.8도 낮았다. 기상청은 라니냐 추세가 내년 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라니냐가 생기면 호주에는 강수량이 늘어난다. 동아시아의 태풍과 같은 ‘사이클론’도 더 많이 발생한다. 호주 기상청은 여름철 평균 사이클론이 4개 생기는데, 올해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67%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모두 대산호초 해역의 수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난주 호주 대산호초 해양공원 소속의 수석과학자인 데이비드 와첸필드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라니냐도 대산호초의 대규모 백화현상을 멈추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며 “열 스트레스로 인한 위험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호주 기상국이 컴퓨터 분석을 해봤더니 다음달과 내년 1월에 걸쳐 대산호초 주변 수온이 평년보다 약 1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사이클론이나 다량의 비로 요행히 대산호초 주변 수온이 낮아진다 해도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이클론의 강한 바람과 파도가 대산호초에 물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육지에서 오염물질이 바다에 다량 흘러들 수도 있다. 과학계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 백화현상의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바다가 온난화로 새로 생기는 열의 90%를 흡수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와첸필드 박사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 지구적인 조치가 긴급하게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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