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모사드의 암살

박영환 논설위원 2020. 11. 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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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 사법부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가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전날 괴한들에 살해된 핵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를 추모하고 있다. 테헤란 | 미잔통신·AP연합뉴스

뮌헨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1972년 9월.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잠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11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했다. 대외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신의 분노’라는 이름의 작전으로 6년에 걸쳐 테러의 배후 11명을 추적해 암살한 것이다. 모사드의 이 작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으로 잘 알려졌다.

히브리어로 ‘기관(institute)’을 뜻하는 모사드의 정식명칭은 ‘중앙공안정보기관’이다. 모사드란 이름에는 암살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특히 모사드의 팔레스타인 주요 인사 표적살해는 악명이 높다. 197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의 테러 등 저항운동이 거세지자 이스라엘도 암살로 맞대응했다.

모사드는 1988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2인자였던 아부 지하드를 튀니지에서 살해했다. 2010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 마부흐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호텔에서 전기감전사로 위장해 암살했다. 모사드 요원들이 호텔 폐쇄회로 TV에 포착되면서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모사드는 이란 등 주변국 핵과학자 암살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2010~2012년 발생한 이란 핵과학자 4명의 암살에 이스라엘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이란 국방부 소속 핵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테헤란 외곽에서 피살되면서 모사드로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백주에 적국의 수도에서 폭탄을 터트리고 자동차에 탄 타깃을 조준 사격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한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란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암살은 국제법에 반하는 명백한 범죄다. 정보기관의 암살은 필시 보복을 부른다. 당장 이란은 암살의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천둥처럼 내려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동 정세는 한층 더 불안정해졌고, 암살과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바이든 정부의 관심이 중동 에 집중되면서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지도 걱정된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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