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시대적 토건' 사업 지리산 산악철도 철회하라
[경향신문]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놓는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경남 하동군이 총사업비 165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화개~악양~청암면에 산악열차 15㎞와 모노레일 5.8㎞, 관광호텔 등을 설치·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리산 형제봉(1116m) 일대를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같은 산악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다 산지관리법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표류한 것을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규제 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로 선정하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지난 6월 이 사업을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에 선정하기도 했다. 규제와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중재해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악열차 사업은 문제가 많다. 지리산 형제봉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에 해당하는 반달가슴곰이 사는 곳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2017년부터 매년 4~5마리가 이 일대에서 먹이활동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곳 능선을 따라 철길이 놓이고 열차가 달리게 되면 곰은 서식지를 잃게 된다. 환경부가 20년 가까이 공들여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기재부가 산악열차 건설로 파괴하게 되는 셈이다.
하동군은 산림휴양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산악열차를 타고 빠르게 산을 넘어가는 방식의 관광은 개발사업자, 출발지와 종착지의 휴양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만 득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사업비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산림휴양서비스 육성 쪽으로 돌리는 편이 실효성 있어 보인다.
하동군이 모델로 꼽는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120년 전에 건설됐다. 하지만 지금 주요 선진국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대규모 산악개발을 금지하고 있고, 산악열차 건설도 중단한 지 오래다. 개발독재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토건사업을 기재부가 ‘한걸음 모델’ 사업으로 선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은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감염병 대유행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린뉴딜’을 국가 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모순이다. 기재부와 하동군은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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