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부장 "앞으로 7개월 불확실하지만..북, 내년 도발 없을 것"

길윤형 2020. 11. 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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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문정인 특보 등과 조찬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신냉전 반대. 역사 흐름에 역행하는 것"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한국 쪽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우선 순위를 둘 것 같지 않고, 북한도 내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봐야 한다. 향후 7개월 동안 북핵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7일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민주연구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 등과 조찬 자리에서 내년 초 북한 정세에 대해 짧은 견해를 밝혔다고 문 특보가 전했다. 왕 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확정하고, 북한도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방침을 정하는 7개월 정도 시간 동안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북한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군사도발을 하진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1994년부터 북핵 문제에 관여해 온 왕 부장은 2018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시작된 북-미 대화국면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과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수행 등으로 북한을 세차례 방문했다. 문정인 특보는 2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왕 부장이 언급한 내년 상반기 북한 정세에 대한 견해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왕 부장과 27일 조찬을 함께했는데.

“왕 부장이 우리가 제기한 여러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다. 특별한 노트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우리가 말한 내용을 받아 적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다른 공식 회담에선 없었을 허심탄회한 얘기를 많이 했다. 애초 오전 9시까지 예정이었는데 질의응답을 하다 시간이 길어져 20분 정도 더 했다. 중국 대사관에서 만남이 끝난 뒤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회신을 해왔다.”

왕이 부장이 27일 오전 문정인 특보와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가장 큰 관심은 2021년 1월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뒤 북-미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2018년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 선언에 나온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동시 추진은 중국이 주장하는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의 제안)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선언을 바탕으로 유관국들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게 왕이 부장이 밝힌 중국의 기본입장이었다.

그와 함께 향후 7개월 동안 북핵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진 않을 것 같고, 북한도 8차 당대회 이후에 어떤 입장을 정할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주시해야 하지만, 자기가 볼 땐 북한이 군사도발을 할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을 밝혔다.”

―미-중 갈등에 대한 견해는?

“한국 쪽 참가자들이 먼저 ‘미국은 우리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맹이고, 중국은 하나밖에 없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다. 두 나라 사이를 좋게 하면 한국이 좋지만, 사이가 나빠지면 한국 등 역내 있는 모든 국가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네 가지 측면인 △무역 갈등 △탈동조화(디커플링) △기술 견제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의) 가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선 왕 부장이 오만하다고 하던데, 우리 의문에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하더라. 왕 부장이 일방적으로 설득한 게 아니고, 우리가 먼저 ‘미-중 사이가 안 좋으면 한국이 힘들다’고 하니 중국의 입장은 이렇다고 차분하게 설명한 것이다.”

―구체적인 답변은.

“우리가 중국이 ‘덕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중국은 병가나 법가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유가 전통을 따른다. 유가 전통이란 덕치이고 이는 윈-윈이다. 윈-윈을 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길게 중국은 신냉전에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역사적 반동이다. 세계화를 통해 상호 이익이 연결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우리가 언급한 네 가지 항목 하나하나에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 무역적자와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중국에 대한 적자 폭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했다. 미-중 무역엔 ‘시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탈동조화를 추진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고, (지난 5일부터 엿새 동안) 상하이에서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미국 기업들이 제일 많이 참석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지정학적으로 봉쇄하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안 될 것이다. 역내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목을 조르려 하지만 자주와 혁신을 통해서 극복할 것이고 중국의 우수한 (해외)인력이 돌아오고 있다는 흐름을 소개했다.

네번째 미국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성공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면서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미국식 모델로 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자체 발전 모델로 가는 게 역사의 흐름이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선전전이 격화하고 있고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지만 중국도 과거와 다르다, 발언권과 영향력이 예전과 다르다고 답했다.” (왕이 부장은 25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만남에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국이 ‘다자주의’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바라는 것은.

“한-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중국 외교부가 27일 발표한대로 한국이 균형 있는 외교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왕 부장이 100년 변곡을 강조했다는 점이다.(이날 만남 내용을 요약 정리한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왕 부장의 첫 발언이 “세계는 100년 변화의 국면에 있다. 국제정세는 조정과 변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 2021년이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2049년이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이다, 지금이 100년 만의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했다. 중국은 요새 계속 100년 담론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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