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보다 잔인한 조폭이 날뛴다, 美 검경이 전쟁 선포한 MS-13

정지섭 기자 2020. 11.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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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탕1순위'로 중남미 국가들과 연합해 대대적 검거작전 펼쳐
1970년대 중남미 이민자 자경단에서 거대조폭으로 발전
살인, 마약밀수, 인신매매 등 범죄 안 가리고 수법도 잔혹 악명

지난 24일 미 텍사스주 남부연방지검은 휴스턴 거주 중남미계 불법 이민자인 말론 미란다-모란(21) 등 20대 청년 4명과 30대 한 명 등 5명을 체포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던 프랭클린 트레호-차바리아(23)도 추가 기소됐다. 2018년 벌어진 살인사건을 주동한 혐의다.

지난 9월 엘살바도르 경찰에 체포돼 현지 구치소에 수감된 MS-13 등 범죄조직 단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밀착한 채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이보다 닷새 전 테네시주 연방지법 대배심은 코카인과 마리화나, 각종 불법무기를 유통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프랭클린 에르난데스(21) 등 20~30대 7명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지난 10일 버지니아동부연방지검도 살인 미수와 마약·불법무기 밀매 등 14개 혐의로 31살 두목 앤디 토바르와 20대 초반 두 명으로 구성된 3인조를 기소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잇따라 사법처리되고 있는 20~30대 조폭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MS-13(마라 살바트루차) 조직원들이라는 점이다. 원래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조직으로 유명한 것이 마피아다. 은밀한 총기 살인극과 거대 비즈니스, 단순히 건달·조폭으로 칭하기에는 찬란하고 깊은 역사와 내력. 대개 ‘마피아’ 하면 떠올리는 것들이다. 할리우드 걸작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물론, 끈끈한 인맥으로 뭉친 조직을 칭하는 대명사로도 쓰인다.

29일 엘살바도르 정부가 미국, 온두라스, 멕시코, 과테말라 등 국가들과 합동으로 MS-13 등 다국적 조폭 소탕작전을 진행한 뒤 현지 경찰이 체포한 용의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위 사례가 보여주듯 미국 검·경의 최우선 소탕대상이 된 폭력조직 ‘MS-13’ 가 마피아의 위상을 꿰차는 양상이다. 미 법무부는 이달 중순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 및 멕시코 사정당국과 합동으로 다국적 조폭 소탕작전을 펼쳐 700여명을 체포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검거된 700여명 중 상당수가 MS-13 조직원이었다.

MS-13은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해서 미국 사정당국의 소탕1순위 범죄집단으로 등극했을까. 최근 미 정부가 MS-13을 상대로 5년간 벌인 ‘범죄와의 전쟁’ 실적을 총정리해 발표한 보고서가 이들의 정체와 현황을 설명해준다. MS-13은 이탈리아에 뿌리를 둔 마피아와 본질적으로 유사점이 있다. 미국 자생조직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유입을 통해 세력을 키운 조직이라는 점이다.

MS-13는 뿌리는 197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던 엘살바도르 출신 10대 청소년 친목모임으로 알려져있다. 음악을 듣거나 마리화나를 피는 정도의 모임이었지만, 이후 내전을 피해 캘리포니아로 온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이어지자 덩치를 키우며 자경단의 모습을 띄었고, 이후 라틴계 갱들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중남미에 뿌리를 두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폭력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요 수사기관이 연합해 대대적인 MS-13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 현지 경찰서에 놓인 검거 실적판. /미 CBS 홈페이지

여기에 이후 엘살바도르 뿐 아니라 온두라스·과테말라·멕시코 등 중남미 불법이민자들의 대열이 이어지면서 MS-13의 영향력은 점차 막강해졌다. 미 법무부는 “최근 수십년동안 중남미 이민 단속이 느슨해져 불법이민이 용이해진 상황을 활용해 세력을 무섭게 키웠다”고 진단한다. 최근 경찰에 검거되는 단원 대부분은 혈기왕성한 20대와 30대 초반 사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동안 기소된 MS-13 단원 중 74%가 불법체류자였다.

세력이 방대해진 MS-13은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이 아닌 지역별 파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메릴랜드·버지니아·메사추세츠·오하이오·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텍사스 등에 지부가 있다. 이곳들을 포함해 MS-13 계열 조직 활동이 포착된 곳은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30개주에 달하며 조직원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이들 조직에 입단하려면 야구배트로 무려 26차례의 방망이질을 견뎌야 하는 끔찍한 신고식을 거쳐야 한다. 활동 지역은 대도시와 교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간 기소된 범죄 항목만 봐도, 살인·약탈·무기와 마약불법거래·인신매매·성폭행·강도·납치 등 거의 모든 범죄를 망라한다.

MS-13은 또한 범행의 잔혹성으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이 사형 구형을 추진 중인 MS-13 단원 알렉시 사엔즈의 사례다. 2016~2017년 그가 저지른 7건의 살인사건 희생자 중 4명은 고교생이었고, 6명은 야구방망이와 정글용 칼을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에 버지니아 연방검찰에 기소된 MS-13, 및 연계조직원 11명은 열 세살 짜리 소녀를 신고식 명목으로 26차례 야구방망이로 가격한 뒤 강제로 마약밀매와 연계된 성매매를 시키고 이들 자신도 성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 정부는 MS-13은 단순한 조폭 이상을 넘어 국가 안보상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민정책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2주가 조금 지나고 MS-13으로 대표되는 다국적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2019년 8월에는 법무부 주도로 MS-13 조직 와해를 위한 범국가적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장벽 등 이민정책을 밀고 나기기 위해 MS-13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활용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최근 5년간 기소된 MS-13 단원은 749명이었고, 이들 중 500명 이상이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았고, 그 중 37명은 종신형이 확정됐으며, 2명에게는 사형을 구형할 예정이다. 미국은 MS-13 소탕을 위해 중남미 4개국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최근 멕시코와 중남미 국가들에 생체 인식 시스템을 보급했다. MS-13 핵심단원의 행적을 파악해 미국으로 향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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