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고 싶어요" 코로나 3차 유행 한산해진 난민심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인내했던 결과가 한국에서의 정착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29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 A 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지난해 아내와 아들·딸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해 곧바로 난민 신청서를 냈고, 1년 여를 기다린 끝에 최근 심사 출석 통보를 받았다.
늦어도 올해 초로 예상했던 심사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없이 밀렸다. 그 사이 한국에서 막내딸이 태어나 다섯 식구로 늘었다.
그는 "모국에서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왔다"며 "가족이 다 함께 한국에서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몇 차례나 반복해 말했다.
승인이 거절되면 어떡할 건지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다시 신청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정착은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대답했다.
![한산한 난민 심사 현장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심사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촬영 이상서]](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1/29/yonhap/20201129080118143wcdt.jpg)
최근 다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로 난민 신청 현장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심사장은 한산했다. 대기장에 마련된 20여 개 좌석에는 한두 명이 잠시 앉았다가 자리를 떴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이도 보기 힘들었다.
심사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과 명부 작성을 맡은 직원은 "오늘 방문자는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접수된 1차 난민신청건수는 6천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68건보다 43.5% 감소했다.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그나마 올해 들어온 신청건수 중 대부분은 코로나19의 1차 유행 시기인 3∼5월에 몰린 것"이라며 "당시 오전 4시부터 밀려온 신청자로 건물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전체 외국인 입국자가 크게 감소하면서 신규 난민 신청자도 급감한 것"이라며 "당시 하루 70∼80명의 신청을 받았다면 현재는 10분의 1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 주변 도로와 인도를 담당하는 한 환경미화원도 "올봄만 해도 평일 새벽부터 난민 신청장 바깥까지 외국인이 늘어선 게 보였는데 요즘에는 어찌 뜸하다"고 말했다.
난민 심사 관계자는 "2018년을 기점으로 줄곧 밀려들었던 난민 심사건수가 코로나19로 한숨을 돌릴 틈이 생기면서 그간 밀린 숙제를 치르는 중"이라며 "과거 신청자 가운데 심사가 뒤로 밀린 이들을 호출하거나, 불인정 판정을 받은 뒤 제출한 이의신청건을 처리하는 쪽으로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 신청서를 들고 온 이들의 상황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무사증으로 신규 입국한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기존에 국내에 머물던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외국인청과 인접 지하철역인 오목교역 근처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출신의 B(40대) 씨는 "한국에 더 살고 싶어서 난민 신청을 하러 왔다"고 털어놨다.
비자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연장을 위해 모국에 다녀와야 하지만 항공편을 구하기가 힘들어졌거니와, 설령 귀향한다고 해도 마땅히 할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정식으로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것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난민인정신청서 [촬영 이상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1/29/yonhap/20201129080118214iorp.jpg)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난민 심사장도 다시 북적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난민 심사관은 "최근 일어난 부실 면접 논란이나 신청자 병목 현상 등이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이라며 "이 시기를 이용해 숙련된 면접관을 늘리고 관련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도 "몇 년 동안 없었던 여유 시간이 생긴 만큼 심사관 교육이나 통·번역 교육 등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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