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체득 강점.. 획일화 86세대 철옹성 넘을 수 있을까 [뉴스 인사이드 - 떠오르는 정치권 '97 세대']
의식 자유롭고 개성 강하며 IMF도 체험
86세대 기득권 논란 맞물려 대안 목소리
70년대생 의원 전체 14%.. 민주 23명 최다
각당 지난 총선 때 전략적 영입 사례 많아
기성 정치와 차별화해야 주류 떠오를 듯
26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70년대생 의원은 42명으로 전체(300명)의 14%다. 더불어민주당이 23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의힘 16명, 정의당 1명, 국민의당 1명, 시대전환 1명이다. 반면 1960년대생은 174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97세대 정치인은 수도 적지만 지난 총선 때 각 당에서 전략적으로 세대 배분을 고려해 영입한 사례가 많다. 민주당 이소영·임오경·이탄희·최혜영·홍정민 의원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당의 러브콜을 받고 총선 직전에 정치권에 발을 들인 영입인재다. 이 중 최혜영 의원은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됐고 다른 의원들은 각 지역구에 전략공천됐다. 이동주·유정주 의원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대다수가 학생운동 시절부터 조직화된 86세대 정치인보다 응집력이 약하다.
97세대 정치인 중에선 민주당 박용진·박주민 의원, 국민의힘 윤희숙·김웅 의원, 정의당 김종철 대표 등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이념 논리가 강한 민주당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들 대통령은)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는 것이 평소 제 소신”이라며 진영 논리를 벗어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여당 내 소신파로 불린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일원이었던 김해영 전 의원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보수화하고 있다”며 선 긋기에 나선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각종 현안에 친문 목소리를 대변하며 친문 그룹의 차기 주자로 성장 중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97세대 정치인의 부상이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서 86세대의 기득권이 논란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97세대는 ‘백만 학도’로 통칭되는 86세대와 달리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원주의가 생겨나던 초창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만큼 이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특징도 부족하다. 97세대 정치인이 세력화에 실패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진영 논리와 이데올로기에 갇힌 86세대 정치인으로는 다원화한 사회 갈등을 풀어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97세대 정치인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각 당에선 대내외적으로 세대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 의원은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가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방법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당의 세대교체를 주문했다. 김 의원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멀지 않았는데 홍수에 마실 물 없다는 말처럼,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에서도 “민주당의 핵심인 86세대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우리 당의 자원은 97세대이고 이 세대여야 한다”며 “여야 모두 세대교체를 함께 해서 정치 지형 전반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같은 작업을 위해 1970년대생 의원을 주축으로 한 ‘지금부터’라는 모임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강민국 의원이 대표를, 김웅·윤희숙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민주당도 정의당, 기본소득당의 2040 의원들과 함께 국회연구포럼 ‘2040 청년다방’을 결성하고 지난 8월 창립행사를 열었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공동대표다. 지난 8월 본회의장에 분홍빛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은 류 의원의 원피스 사건도 이 모임에서 청년 의원들이 “오늘 복장으로 내일 본회의장에 참석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주목받는 ‘97세대’는 누구
정치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97주자’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의 박용진(49) 의원,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50) 의원, 정의당 김종철(50) 대표가 첫손에 꼽힌다.
이현미·장혜진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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