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내년엔 부활할 수 있을까?
영국 영화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수석평론가 핀 할리건은 BBC에 “영화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대작들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장에 관객이 들어찰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십억달러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를 개봉하는 것은 모험으로 여겨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봉쇄 조치로 극장 문이 닫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개봉 결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상황은 악화하게 마련이다. 미국 잡지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이 지연되면서 영화사 MGM이 이자만 매달 100만달러(약 11억원)씩 내고 있다.
할리우드가 주저하는 사이 아시아 영화시장의 위상이 커졌다. 관후 감독의 항일 전쟁영화 ‘800’은 ‘테넷’보다 많은 4억6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아시아의 영화비평가 스티비 웡은 BBC에 “2020년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 된 해”라며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 총액이 올해 19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영화 ‘나와 나의 조국’,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흥행 성공을 언급하며 “할리우드 대작이 사라지면서 각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할리우드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미국과 아시아 간 역학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성룡이 출연한 ‘뱅가드’는 미국 1500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걸렸어야 할 자리를 중국 영화가 대체한 모양새다. 배급사인 그래비타스 벤처스의 놀런 갤러거 최고경영자(CEO)는 “8주 전에 계약해 재빨리 움직였다”며 “영화관이 열려 있다면 관객들은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액션 영화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고 BBC에 말했다. 추수감사절(26일) 연휴 즐길거리를 찾는 이들을 겨냥해 개봉한 이 영화는 영국, 인도, 중국 등 5개국 로케이션을 통해 완성됐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간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1차 물결이 미국을 휩쓴 후 러셀 크로 주연의 ‘언힌지드’를 배급했던 솔스티스 스튜디오의 마크 길 회장은 “중국, 일본, 한국을 보면 올해에도 근본적인 영화 관람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며 “관객들은 영화관에 가고자 하는 억눌린 욕구가 있고, 조건만 맞는다면 좋은 블록버스터 하나가 진정한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코로나19 이전처럼 영화관에서 접할 수 있을까. BBC는 ‘원더우먼 1984’의 흥행 성적과 백신 개발·보급 성과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핀 할리건 평론가는 “영화사들이 단호히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영화관 다수가 대작 개봉도 전에 망해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