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후보 오른 BTS는 상을 받을까..그래미의 흑역사는?

홍장원 2020. 11. 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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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타고 참석했다. /사진 제공=그래미 어워즈
[스쿨오브락-169] 얼마 전 한국 K팝 팬들을 짜릿하게 할 만한 뉴스가 전해졌다.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래미상은 글로벌 음악 시상식 중 단연 최고 인지도와 권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BTS는 이전에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 수차례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다. AMAs와 BBMAs 역시 엄청난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후보자로 지명되는 것 자체로 당대 최고 인기와 영향력을 갖춘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쟁쟁한 상도 그래미와 비교하면 위상이 떨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수상 이력을 평가하는 글을 보면 거의 '몇 연도에 무슨 파트에서 어떤 그래미상을 받았다' '통산 그래미상 트로피 몇 개에 빛나는' 등의 수사가 대다수다. AMAs나 BBMAs까지 들먹이면서 굳이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미상이 메인 코스라면 나머지는 스타터나 디저트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다.

BTS는 내년 1월까지 투표를 거쳐 경쟁자인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레인 온 미),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엑사일),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언 디아)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수상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이 상은 그래미 세부 시장 분야중 하나인데 2012년 처음 만들어졌다. 그룹이나 듀오 등 형태로 팝 분야에서 영향력을 떨친 아티스트가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경쟁자 이름만 보면 쟁쟁하기 그지없다. 마돈나 이후 최고의 여성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레이디 가가와 최고 주가를 올리는 1993년생 아리아나 그란데의 결합체를 표로 이겨야 한다(참고로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해 빌보드 싱글차트 톱3를 모두 자신의 곡으로 채우는 어마무시한 기록을 세워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BTS야 잘 알지만 그래미는 뭐지'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BTS가 후보에 오른 부문이 얼마나 권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그래미에 대한 권위가 흔들리는 경향도 있어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미란 '축음기'란 뜻을 가진 'Gramophone'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래서 그래미 트로피도 축음기와 꼭 닮았다. 1959년에 첫 행사가 열렸으니 60년이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 올해도 그랬지만 후보자 명단은 주로 연말에 공개하고 시상식은 1월 말에 연다. 이 사이에 음악 산업과 관련된 각 가치사슬에 있는 회원들이 투표해서 이 결과를 반영해 상을 가리는 구조다. 심사위원이 1만3000여 명에 달하는데 방송국 PD와 진행자는 물론 현직 가수, 내로라하는 녹음 엔지니어들이 두루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그래미에는 수십 가지 세부 수상이 있다. 그중 가장 권위 있는 상은 네 가지다.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최고의 신인(Best New Artist)이 주인공.

올해 BTS가 후보에 오른 것은 아쉽게도 이들 4개 부문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그래미는 수많은 세부 수상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는 주로 장르에 의해 구분된다. 팝, R&B, 힙합, 랩, 일렉트로닉스, 가스펠, 재즈, 록, 얼터너티브 등 분야가 다양하다. 각각 장르는 또 여러 가지 상으로 세분화된다. 예를 들어 팝은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앨범' 등으로 구분된다. 록을 예로 들면 '베스트 록 앨범' '베스트 록 송' '베스트 록 퍼포먼스'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 등으로 가지를 치는 것이다. 즉 BTS가 이번에 '다이너마이트'로 후보자 지위를 따낸 것은 그래미가 장르로 구분한 '팝' 분야 하위 카테고리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인 것이다.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통산 3주간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것이 후보 지위에 오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TS도 그래미상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는데 리더 RM 역시 미국 에스콰이어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 가능하면 상을 받고 싶다. 미국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BTS는 지난해에도 그래미 후보로 유력하게 점쳐지던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끝내 후보에서 제외됐고, 보란 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빌보드 싱글차트에 3주간 걸고 나서야 당당하게 올해 후보군으로 편입됐다.

BTS가 편입된 올해도 그래미의 공정함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시시비비가 나오는데 올해 이슈는 단연 '위켄드'일 것이다. 그는 그래미 후보가 발표된 직후 이렇게 글을 썼다. "그래미는 여전히 부패했고, 그래미는 나의 팬과 음반산업 투명성에 빚을 지게 됐다."

1990년 캐나다 출생인 위켄드는 현대 R&B 역사를 크게 바꾼 불세출의 아티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20년 그는 그야말로 대중음악계를 뒤집어 놓았다. 그가 올해 발표한 신곡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톱5 33주, 톱10에 무려 40주나 살아남아 빌보드 싱글차트 최대 기간 생존 신기록을 세웠다. 이곡은 빌보드 R&B차트 최장기 1주(36주) 기록도 함께 세웠으며 그는 빌보드 R&B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 곡을 보유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블라인딩 라이츠'가 실린 앨범 '애프터 아워즈'는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올해 3월 영국의 레전드인 엘튼 존이 빌보드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위켄드의 팬"이라며 그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았다. 글로벌 톱 아티스트인 위켄드의 인생작이 올해 터졌는데 그의 이름을 그래미 후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주요 외신 역시 "올해 위켄드의 후보 배제는 납득할 수 없다"며 그래미의 이상한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해 비판 기사를 쓸 정도다. BTS를 놓고도 "고작 1개 부문에만 노미네이트된 것은 과소평가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미의 갈팡질팡하는 후보·수상자 선정 관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우선 심사위원단이 전반적으로 백인 취향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화이트 그래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비욘세가 수차례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취향이 '백인'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 팬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예를 들어 1992년 얼터너티브 부문 그래미상 주인공을 가릴 때다. 그래미에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이 신설된 것은 1991년 9월 나온 너바나의 명반 네버마인드(Nevermind)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이 앨범이 당시 정상을 달리던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Dangerous)'를 누르고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전 세계 음악 조류에 너바나를 위시한 그런지 아티스트가 새롭게 주류로 올라선 것을 의미했다.

훗날 잡지 롤링스톤은 전 세계 500대 명반 중 네버마인드 앨범에 6위라는 순위를 매긴다.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성공으로 인해 록음악계 주류는 고음 보컬과 속주 기타가 서서히 기세를 잃고 펑크에 기반한 스리코드를 들고 나온 새 물결이 힘을 받게 된다. 얼터너티브가 '대안'이란 뜻을 가진다고 볼 때 1992년 그래미 얼터너티브 부문 수상자는 너바나가 차지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해 수상자는 전통의 밴드 R.E.M이었다. 물론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평소 R.E.M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고 R.E.M이 그래미상을 당연히 받을 정도의 훌륭한 아티스트인 점은 맞는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볼 때 너바나가 상을 받지 못한 것은 너바나의 부상을 다소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보수적인 심사위원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또한 새로운 주류가 올라올 때 그것을 민감하게 캐치하지 못하는 그래미의 '둔감함'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첫 후보자로 올라온 BTS를 어떻게 심사위원들이 평가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의 아티스트와 견주어 한국에서 날아온 BTS의 대활약은 그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게 될까. 과연 그들은 한국이라는 변방에서 날아온 BTS가 그래미상까지 따내는 것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일까. 아니면 또 한번 보수적인 평가를 내리게 될까.

이 모든 결과는 1월 말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분명한 것은 BTS가 이번 그래미에서 몇 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지, 그래미에서 상을 타든지 못 타든지를 떠나 한국 음악인으로서 미국에서 거둔 올해 활약은 어마어마했다는 것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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