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나경희 기자 2020. 11. 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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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답장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J의 집을 찾아갔다.

심지어 나도 가끔 J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곤 했다.

만약 이 책이 조금 더 빨리 나왔다면 내가, J의 가족이, 이 사회가 그에게 상처를 덜 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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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리베카 울리스 지음, 강병철 옮김
서울의학서적 펴냄

J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장 친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다들 내게 그의 안부를 물었지만 나도 소식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답장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J의 집을 찾아갔다. 대학 동기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던 자취방이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읽은 J는 한참 뒤 문을 열어줬다.

“야! 너는 왜 연락을 다 씹고!” 버럭 소리를 치며 집안에 들어서던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내가 들어설 공간이 없었다. 쓰레기가 집안에 가득 차 있었다. 청소를 며칠 미룬 수준이 아니었다. J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집안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며칠 후 J를 설득해 함께 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 진단 결과는 양극성 정동장애, 조울증이었다. 의사는 조울증을 ‘평생의 기쁨과 슬픔을 미리 끌어와서 한순간에 터뜨리는 폭죽’에 비유했다. 평생의 기쁨과 슬픔이라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J는 자신의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얼마나 자책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푹푹 꺼졌다.

진단을 받고 난 뒤에도 J는 힘들어했다. 겨우 용기를 내 가족과 직장 동료 몇몇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지만, “다 네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심지어 나도 가끔 J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잘 몰라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조울증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다.

9월 말 발간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탄성을 질렀다. 조울증이나 조현병 등을 앓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매뉴얼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었다. 만약 이 책이 조금 더 빨리 나왔다면 내가, J의 가족이, 이 사회가 그에게 상처를 덜 주지 않았을까. 구급상자와 함께 비치해야 할 책이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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