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별자리는 함께 반짝이며 흐른다

위민복 2020. 11. 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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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 뒷면에는 왕왕 '별자리 운세' 코너가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패션계에서 별자리에 관심을 가진 역사는 100년이 안 된다.

별자리 상담사 또는 점성술사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 패션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금도 패션 디자이너들이 찾는다고 알려진 별자리 상담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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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1930년대 패션 디자인계를 주름잡았던 엘사 스키아파렐리.

패션잡지 뒷면에는 왕왕 ‘별자리 운세’ 코너가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패션계에서 별자리에 관심을 가진 역사는 100년이 안 된다. 예술이자 산업으로서의 패션이 20세기 초에야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엘사 스키아파렐리 (1890~1973)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는 당대 패션 디자인계의 선두주자였으며, 샤넬 창업자인 코코 샤넬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인물이다. 지방시 창업자인 위베르 드 지방시가 스키아파렐리 밑에서 보조로 일하기도 했다. 1938년 스키아파렐리는 옷에 별과 별자리를 수놓은 ‘점성술(Astrologique)’ 컬렉션을 선보였다. 당시 신생 매체였던 여성지 〈마리클레르〉는 스키아파렐리 컬렉션을 소개하며 나란히 별자리 운세를 잡지에 넣었다.

스키아파렐리는 “태양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귀족 출신인 스키아파렐리의 삼촌은 유명한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다. 1877년 화성의 지도를 그리고 화성 표면에서 교차되는 직선의 이름을, 운하를 뜻하는 카날리(canali)라고 지었다. 2016년 유럽연합(EU)이 화성에 보낸 착륙선 이름이 스키아파렐리였다.

하지만 스키아파렐리는 ‘천문’뿐만 아니라 점성술 자체에도 관심이 깊었다. 1930년대 스키아파렐리는 장 콕토,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폴 사르트르, 살바도르 달리 등 명사들과 어울려 다녔다. 활동 분야는 달랐지만 ‘초현실주의’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점성술을 비롯한 신비주의, 초현실주의적 사고는 이들뿐만 아니라 당대의 화두이기도 했다. 현대 과학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던 이 시기에 초현실주의도 같이 부흥한 모순은, 우디 앨런의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에도 잘 묘사되어 있다.

별자리 상담사 또는 점성술사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 패션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1930년대 프랑스에는 마담 들라이예라는 별자리 상담사가 있었는데,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그의 주된 고객이었다. 디오르는 ‘뉴 룩(New Look)’이라는 세계대전 전후의 패션을 만들다시피 한 인물이다. 그런데 디오르가 회사를 차리는 데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 점성술이라는 설이 있다. 다른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디오르가 1946년 마담 들라이예를 찾아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물었고, 그가 디오르에게 이렇게 권했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당신의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만들어야 해.”

패션도 점성술처럼 미래를 맞혀야 하기 때문일까

호사가들은 디오르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과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존 갈리아노가 별을 옷에 박아두는 것 역시 이러한 ‘전통’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패션 디자이너들이 찾는다고 알려진 별자리 상담사는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수전 밀러가 특히 유명하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유명 패션쇼의 일정과 테마가 바뀐다. 파리와 뉴욕의 패션 편집자들이 지속적으로 그녀에게 조언을 요청한다고 알려져 있다. 패션도 점성술처럼 ‘예상’ 트렌드를 만들고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일까? 별처럼 일종의 ‘주기’를 갖기 때문일까?

스키아파렐리와 디오르, 마담 들라이예가 세상을 뜬 지는 꽤 됐지만 타로 카드나 별자리표, 천궁도 등은 여전히 패션에서 상상의 원천이 되고 있다. 꿈을 팔고, 한편으로는 꿈을 채워주는 것. 패션과 점성술의 공통점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민복 (외교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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