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형의 '덕업일치'..'린의지'가 뽑은 실제 집행검은 얼마[오지현의 하드캐리]
그의 ‘덕업일치(덕질과 일의 일치)’ 역사는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며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중학교 때는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 커브볼 책을 구해 본 뒤 몇 달간 밤새 담벼락에서 혼자 피칭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변화구 전문 투수 노릇도 했다. 변화구를 잘 던지는 롯데자이언츠 최동원 투수가 어릴 적 영웅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NC다이노스 창단식에서 이렇게 자신의 야구 덕질의 역사를 회고했습니다.
‘택진이형’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엔씨는 “프로 야구단 창단을 준비하는 것은 게임업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새로운 온·오프라인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이는 ‘세상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엔씨소프트의 회사 모토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 개인 재산만으로도 100년은 운영 가능하다”며 창단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죠.
이런 김 대표의 면모는 야구단 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일례로 그는 선수단 전원에게 자체 개발한 전략분석 시스템인 ‘D-라커’를 탑재한 태블릿 PC를 지급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데이터 야구’를 선보인 거죠. 또 지난해에는 양의지 선수를 125억원에 스카웃했고, 2016년에는 야수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최고액을 주고 박석민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했습니다. 엔씨 팬들에게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인 셈입니다.
센스있는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이 모형 검은 김 대표가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 직접 은으로 제작했다고 하죠. 양의지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리니지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나왔는데, 박민우 선수가 아이디어를 냈고 엔씨 본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길이 155cm에 디테일하게 장식된 모형 검은 은으로 만들어져 제작하는 데 2,00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지난 5월에는 ‘9강(+9)’ 집행검이 탄생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죠. 9번 강화에 성공했다는 뜻인데, 한번 한번 성공할 확률 자체가 낮아 굉장히 큰 돈과 노력을 리니지라는 게임에 들였다는 증거가 됩니다. 9강 집행검이 탄생하자 엔씨 측에서 인게임 축하 상품을 지급하는 건 물론이고 서버에 유저의 동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가격은 4~5억원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더해 엔씨소프트는 ‘엔씨(NC)’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게임 기업 ‘그 너머’를 바라볼 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K-pop(케이팝) 팬덤을 위한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죠. 인공지능(AI) 분야 전문인력만 200명 규모에 달하는 등 탄탄한 AI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이종산업으로 확산하기 용이합니다. KB증권과 합작해 법인을 만들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증권사를 설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덕업일치의 신화를 새로 쓴 ‘택진이형’이 만들어낼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즐거움을 전해줄지 기다려집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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