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탈북민 캐디되기

2020. 11. 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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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골프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업계 종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과거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었던 경기보조원, 캐디의 성별과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탈북민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현 기자가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성의 한 골프장에서 만난 올해 29살의 여성 캐디 조수련씨.

백두산 밑자락 북한 양강도에서 살다 지난해 9월 홀로 남한으로 넘어왔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골프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북한이지만, 그래도 수련씨 집 근처엔 골프장이 하나 있어서 볼 수는 있었고, 그래서 골프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조수련/탈북민 캐디] "저희 동네에 골프장이 있었는데 어떤때 지나가다보면 이쁜 언니들이 이쁜 옷 입고 하는게 되게 부러웠어요. 골프라는게 이쁘고 멋진 운동이구나하는 호감같은게 있었어요."

그런 동경심이 캐디라는 직업에 도전케 했고, 5개월간의 교육과 실습 과정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손님들이 가끔 물어보세요, 혹시 강원도에서 왔냐고 부산에서 왔냐고..아니라고 저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되게 잘해주세요."

초반엔 미숙한 업무처리와 짓궂은 골퍼들 때문에 힘들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객님들이 퍼터 너무 깐깐하게 하실때.. 땡그랑 소리 들을때까지 그렇게 하면 진행이 정말 안돼요."

하지만 그 고비를 넘어서자 캐디업무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과 후에 골프레슨까지 받으며 남한생활에서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충북 진천의 또다른 골프장.

"이곳에선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골프캐디 양성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한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대학강의실같은 공간에 앉아있는 12명의 캐디 연수생들.

지난주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한 20대에서 40대까지의 여성 탈북민들로, 한창 이론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골프용어에서부터, 골프채의 구분법과 스트레칭, 스윙 방법까지 골프의 모든 것이 총 망라됐습니다.

"백스윙에서 탑스윙..다운스윙 임팩트..팔로우스루..피니쉬까지" "해보실분"

자원자들이 나서서 하나둘씩 스윙을 해보는걸 보고,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

"굿샷!..오오".."별로인가요?"

이어진 야외수업.

캐디의 필수덕목 중 하나인 퍼팅라인 읽는 법을 배웁니다.

"공이 어디로 휘는지를 봐야겠죠? 우리 어제, 훅이냐 스트레이트냐 페이드 이런거 봤잖아요, 그린에서도 그 방향을 읽어야되기 때문에 어느쪽이 높아서 공이 어떻게 휘나 그걸 보는 거에요."

공을 굴려도 보고, 때려도 보고.

처음 접하는 골프의 세계는 마냥 신기했고, 자연 속에서 일하며 적지 않은 돈까지 벌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꿈꿔봅니다.

[박서연/캐디 연수생] "한국에 와서 골프에 대해 많이 궁금했거든요. 북한에서 접하지 못했던 그런 부분이라서 골프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골프장에 나오면 푸른 초원에 좋은 공기 마시면서 저희 나름대로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엔 카트를 타고 구석구석 골프 코스를 돌아봅니다.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 러프에 그린까지 모든게 생소합니다.

"마지막 분이 퍼팅을 하고 홀아웃하시면 한 홀이 끝난거에요, 이 홀을 18번 마치면 1라운드, 그게 1라운드"

서비스업 자체가 익숙치 않은 탈북민들이어서 서비스정신을 무장시키는 것도 교육과정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쁘게 인사해볼까요? 고객님께..안녕하십니까?..(네 안녕하세요)..또 배운거 있잖아요. 즐거운 플레이 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경기중이던 골퍼들의 협조를 받아 실습도 해봅니다.

"굿샷!!! 박수는 안치셔도 되요 박수는 치지 않아도 되고요. 딱 치면은 굿샷 그리고 방향 봐야죠."

외래어, 특히 영어에 약한 탈북민들이어서 대부분이 영어로 된 골프용어를 처음부터 세세히 가르쳐야 한다는게 가장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장점은 두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신현경/캐디 양성교육 책임자] "어려움이 크겠다는 생각에서 부담감이 있었던건 사실인데 오히려 시작을 하고 보니까 오히려 더 일반 단순 호기심으로 도전하는 관심있어서 도전하는 분들보다 더 열정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 공감하면서 힘을 내면서 하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더 배우고 있습니다.(그 열정을?) 네"

이같은 캐디 양성교육이 시작된건 지난 2015년.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탈북민들의 자립지원을 목표로, 한 골프장 운영업체와 함께 시작을 하게 됐고, 지난 5년간 52명의 캐디를 배출시켰습니다.

현재 골프장 두곳에서 진행중인 교육은 앞으론 전국적으로 확대될 계획이고 탈북민들의 취업 업종도 캐디뿐만 아니라 골프장 관리같은 행정직으로까지 넓혀나간다는 구상입니다.

[김성모/ 남북하나재단 자립지원부장] "프리랜서이다 보니까 어떤 육아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자율적으로 유연성 있게 근무할 수 있다 보니까 또 급여도 높고 그래서 탈북민 사회에서 골프캐디도 분명히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가 있고"

골프캐디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탈북민들 사이에서 하나의 선호직종으로 떠오르고 있고, 새로 캐디 교육을 받기 시작한 탈북민 연수생들도 내년 봄엔, 낯선 곳에서, 낯설지만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됩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599495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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