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왜 수도당원을 택했나?

2020. 11. 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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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북한도 올해 극심한 수해를 입었죠?

함경남북도 수해복구에 평양에 사는 노동당원들이 대거 동원되기도 했는데요.

이들이 70일 간의 수해복구 작업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은 왜 수도 평양의 특권층 노동당원들을 지방의 수해복구 현장으로 보냈을까요?

최유찬 기자가 그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 TV] "우리 당의 핵심을 태운 열차들이 평양역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9월 함경남북도 수해 복구 현장으로 떠난 수도 평양의 당원 1만2천명이 약 70일 만에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평양으로 돌아왔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대규모 보고대회.

북한의 고위 당정 간부들은 이들을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병처럼 추켜 세웁니다.

[최휘/제1수도당원사단 사단장]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주신 전투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이들의 공식 명칭은 "수도당원사단"

글자 그대로 수도 평양의 노동당원들로 구성된 사단급 건설부대입니다.

민간인인 수도당원 1만 2천명을 각각 6천명씩 2개 사단으로 나눠서 제 1수도당원은 함경남도로 제2수도당원은 함경북도에서 수해 복구 '전투'에 투입한겁니다.

북한은 왜 평양의 노동당원들을 함경도로 보낸 걸까요?

그 이유와 의미를 하나 하나 짚어봅니다.

<수도당원,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평양의 노동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수해 복구 현장으로 달려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자연재해 대응차원에서 지도자가 공개서한을 특정 도시 당원들에게 보낸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고 봐야 되거든요 당원들을 소위 당성을 자극하는 거죠, 당원으로서의 역할, 임무, 사명감 이런 것들을 감정적으로 호소를 해서"

공개서한을 보낸지 불과 이틀만에 노동당원들은 물론 비당원 일반 주민들까지 수해현장으로 가겠다는 자원자가 7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리철성/수도당원] "당원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 부양 여성들 심지어 영예군들까지 피해복구현장에서 수도 시민의 따뜻한 정을 심어줄 이런 열화같은 충심을 안고 탄원에 나섰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따른 것일수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부름에 응답했다는 것은 당원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경력이 됩니다.

<수도 당원을 투입한 이유?>

함경남북도는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의 피해를 연달아 입었습니다.

광산과 공장들이 많은 이 지역의 복구가 늦어진다면 북한 산업 전반의 연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대규모 인력 동원은 복구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전국적으로 수해복구나 국가적 재난에 대해서 주민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되는지 일종의 환기하는 효과, 결속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건설전문노동자가 아닌 관료나 사무원들로 추정되는 상황.

그렇다면 단순한 수해복구를 넘는 목적은 무엇일까?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평양 시민들은 아무래도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렇고, 김위원장이 주민에 대해 늘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특권층인 평양의 당원들을 대거 파견함으로써 대홍수로 동요할 수 있는 지방 주민의 민심까지 챙기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현장을 직접 찾고 선물을 전달하면서 주민들과의 접촉을 늘려왔습니다.

[리순실/농장원(지난 8월)] "평범한 농장원인 우리가 무엇이길래 온 나라를 돌보시는 우리 원수님께서 이렇듯 크나큰 사랑을 돌려주신단 말입니까."

[김용현/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중앙 정부가 외면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늘 그들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주는 효과가 나왔다고 봐야되겠습니다."

또 고위 당간부들이나 그 가족들도 취약계층을 지원하도록 유도해왔습니다.

수도당원 사단 파견은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줄이는 내부 결속과 체제 선전의 목적을 띄고 있는 셈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방의 수해복구에 평양시민이 나서서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방과 평양간의 격차, 정서적인 괴리감들을 일정부분 메우고"

<수도당원 70일, 성과 있었나?>

북한 매체는 수도당원들이 70여일간 함경남북도의 여러 군에서 피해 지역 마을 복구 공사를 최단기간에 완료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선중앙 TV] "수백 세대의 단층, 소층 살림집들을 일떠세우고 도로와 하천을 그 어떤 큰물에도 끄떡없게 복구해 놓았음을 위대한 수령님들께 아뢰였습니다."

구체적 수치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주택과 도로 복구, 강하천 정리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 복구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우고 떠난 평양의 일자리에서는 경제적 차질은 없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부작용을 우려해, 인위적인 동원과 무리한 속도전을 지양해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사실상 몰아치기를 해서 목표달성을 하는 방식이거든요, 필요할 때 꼭 쓰는 경우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계속 쓸 경우는 오히려 폐단이 늘어나게 되는데..갑자기 코로나와 직면하게 면서 경제적으로 목표했던 바들이 거의 달성이 안됐어요."

올 한 해 경제제재와 코로나 때문에, 약속했던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북한으로서는 수해복구라는 가시적 성과가 그만큼 급하고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70일간 수해복구를 마치고 온 수도사단의 당원들은 숨돌릴 틈도 없이 80일 전투에 투입됐습니다.

쉴 틈 없는 고난의 여정, 그 시간표는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 맞춰 있습니다.

계속해서 단기적인 과제에 맞춘 동원과 속도전으로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할지, 장기적이고 정상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핵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선택을 할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앞선 내년 초 북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599495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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