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이런 건가 싶기도"..3년째 지진 트라우마
[앵커]
포항 지진이 난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지진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안과 불면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천 7백 명 가운데 약 40%는 고위험군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이예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진짜 전쟁이 이런 건가 할 정도로 그랬어요. 그해 겨울은 또 유독 추웠거든요."]
그날 이후 두 아들과 남편, 네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김윤자/포항지진 피해자 : "처음에는 지진 난 집에 들어가서. 아, 안 울려고 했는데...현관문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소파에 외투하고 바지 챙겨놓고. '여보 그거(지진)하면 다른 거 입지 말고 파카만 걸치고 나와요."]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김윤자/포항지진 피해자 : "진짜 힘들 때는 이거 다 내려놓고, 그냥 말까, 이런 생각 할 정도로..."]
혼자 사는 이춘석 할머니. 오늘도 온 동네를 하루종일 돌아다닙니다.
[이춘석/포항지진 피해자 : "가만히 집에 있으면 미칠것 같아요. 온갖 생각이 다 들어서 못 살겠어요."]
지진 직후 대피해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던 체육관 텐트.
지금도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이춘석/포항지진 피해자 : "집에 있으면 밤새도록 잠 못자요. 밤 되면 보따리 싸서 또 올라와요. 사람들이 있으니까 거기는..."]
[김윤자/포항지진 피해자 : "그런데 그 대피소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이상하리만큼. 지금 이주를 하고도 너무 힘들면 올라가요. 올라가서 텐트에 가서 잠깐 누워서 눈 붙이고 오고."]
포항 지진 이재민 천 7백 여명 대부분이 이 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중 40% 정도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이어서 일상 생활이 힘든 상태입니다.
[이영렬/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사람은 발을 땅에 디디고 살아가는 건데, 이 땅이 흔들리는건 나의 심리적 기반, 믿음 이런게 같이 흔들릴 수 있는 건데. 사는 게 벌 받는 거 같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보면 난 뭘해도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포항 지진보다 훨씬 강하고 피해도 컸던 동일본 대지진, 중국 쓰촨성 지진만큼이나 고위험군 비율이 높습니다.
[이영렬/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예, 아직도 그렇게 힘든 분들이 계세요. 핵심은 감수성입니다. '당신 충분히 힘들고 그럴만하다'라고 하고좀 안아주는 자세. 그거죠."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그래픽:고석훈
이예진 기자 (yeji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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