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가 수사관 쫓아내는 '법치 파괴' 막을 곳 법원뿐

2020. 11. 2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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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조미연 판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직무 정지 명령 집행 정지 신청 관련 심문을 오는 30일 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의 복귀 여부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 이전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행정법원/연합뉴스

이 정권의 윤 총장 징계와 직무 정지는 누가 봐도 억지다. 근거로 든 내용을 건전한 상식과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처음 윤 총장 특활비와 라임·옵티머스 사건 처리가 문제라며 감찰을 지시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판사 사찰 보고서’라는 것을 꺼냈다. 개인의 치부를 뒷조사하는 것을 흔히 ‘사찰'이라고 한다. 이 경우는 판사들의 재판 스타일을 파악해 참고 자료를 만들려고 인터넷을 검색한 것이다. 여기에 ‘사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전형적 정치 공세 방식이다.

정권 논리대로라면 업무에 활용하려고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부 기관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인사 참고용 공직자 세평(世評)을 수집하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술 더 떠서 “사퇴 정도가 아니라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을 잃었다.

감찰은 당사자에게 혐의 내용을 알려준 뒤 ‘의견 진술권’을 보장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윤 총장뿐 아니라 판사 관련 보고서를 만든 검사도 이 문제로 감찰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감찰 절차도 위법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추미애 법무 장관은 자기 수족인 대검 감찰부를 시켜 압수 수색을 하고 윤 총장을 수사 의뢰했다. 압수 수색을 먼저 하고 수사 의뢰를 나중에 하는 경우도 있나. 지금 이들에겐 법도 상식도 없다. 감찰 책임자인 법무부 감찰관까지 수사 의뢰를 반대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랬겠나.

게다가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들이 윤 총장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감찰위 소집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감찰위는 감찰 조사의 정당성 여부 등을 법무장관이 자문하는 기구다. 그런데 법무부는 코로나 핑계를 대며 윤 총장 징계위 이후로 감찰위를 연기했다고 한다. 감찰이 정당한지 따지기 위해 감찰위를 여는 것인데 징계를 끝낸 뒤 열자고 한다. 앞뒤가 맞나. 법무부는 이달 초 감찰위 의견을 반드시 듣게 돼 있는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기습적으로 고치기도 했다. 무조건 윤 총장을 끌어내려고 작전을 벌였다는 의미다. 코로나 때문이라면 징계위는 왜 연기하지 않나.

법조계에선 윤 총장 직무 정지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2014년 직위 해제 사건 판결에서 “중징계를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공정한 공무 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가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윤 총장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에게 비위가 있다는 증거는 없고, 감찰 절차는 위법하다. 윤 총장의 수사 지휘가 ‘위험하다’고 여기는 쪽은 월성 1호 평가 조작과 선거 공작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와 여권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 모든 지검 18곳의 평검사들과 검사장, 고검장까지 들고일어나 “법치주의 파괴” “검찰 중립 훼손”이라고 한 이유다. 범죄 혐의자가 수사관을 쫓아내려고 한다. 이 정권의 폭거를 멈출 수 있는 곳은 법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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