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라시 버릇" "野 보좌진 시험 보라" 너무나 오만한 與

2020. 11. 2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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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중진이자 친문 핵심인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최근 언행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법사위 야당 간사 교체를 요구했다. 검찰총장의 국회 법사위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다투는 과정에서 야당 간사에게 불쾌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간사를 바꿔주기를 공식 요청 드린다”고 했다. 국회에서 여야 간 격한 공방이 오가는 일은 다반사이지만 상대 당 지도부를 향해 사람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군사 정권 때도 야당의 당직을 두고 여당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실로 안하무인이다.

심지어 윤 위원장은 야당 간사의 보좌진을 향해서까지 “보필을 못한다”며 “미국에는 입법보좌관 자격 시험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걸 좀 도입해야 하지 않나 한다”고도 했다. 야당 의원 보좌진이 자격이 없으니 시험이라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 보좌진을 이렇게 모욕하는 것도 전대미문이다.

윤 위원장은 또 기자 출신인 야당 조수진 의원이 자신의 말을 왜곡했다며 “그 양반이 지라시(정보지) 만들 때 버릇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올해로 창간 100년을 맞는 전통 언론 출신이다. 윤 위원장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언론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신문을 제 편 들지 않는다고 증권가 ‘지라시’라고 매도한다. 평생을 그 신문에 바친 수많은 전현직 언론인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그 신문 출신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이 사석에서도 하기 어려운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는 평소 합리적 인품을 가졌다는 평을 듣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조차 여당이 국회 의석을 석권하자 이렇게 오만해졌다. 민주당은 국회를 단독 개원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법안 단독 처리는 밥 먹듯 강행한다. 예산과 법안은 민주당 주머니 속의 공깃돌이다. 이제는 야당의 간사까지 바꾸라고 하고, 야당 보좌진에게 시험 보라고 하고, 창간 100년 신문을 지라시라고 한다. 이 오만이 어디까지 갈지 두려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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