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바다도 코로나 오염 될라' 김정은의 공포 심리

안용현 논설위원 2020. 11. 2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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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 김정은 도착 20여분 전에 북한 경호원들이 들어오더니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면서 흰 천으로 의자 구석구석을 닦았다. 등받이, 팔걸이는 기본이고 다리도 문질렀다. 우리 측이 준비한 사인펜까지 소독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김여정이 따로 준비한 만년필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그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이 쓸 만년필과 의자 등은 철저한 사전 방역을 거쳤다. 독살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김정은의 공포 때문이다.

▶압록강 상류 북 혜산과 중국 창바이를 가르는 강폭은 10여m에 불과하다. 백두산 인근이라 주변 숲도 울창하다. 탈북과 밀수의 대표적 루트다. 북은 2003년 사스와 2014년 에볼라가 창궐할 때 중국과 공식 교역은 끊었지만 혜산 중심의 밀무역은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에서 먹고살려고 밤에 몰래 강을 건너는 주민까지 전부 단속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혜산 등 국경 도시가 봉쇄됐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식료품 값이 4배 폭등했다는 걸 보면 “국경 1~2㎞ 지점에 배치된 북 특수전 부대가 (밀수꾼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주한 미사령관의 발언은 사실일 것이다.

▶김정은의 바이러스 공포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해 북을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북은 작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 한 건이 발생했다고 알렸는데 그해 9월 국정원은 “평안북도 돼지가 전멸했다”고 보고했다. 북 돼지의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한다. 방역 체계가 아예 없다시피 한 북한에서 바이러스 확산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어제 국회에 “김정은은 바닷물이 코로나에 오염됐을까 봐 어업과 소금 생산을 금지했다” “환율이 급락한다고 평양 거물 환전상을 총살했다”고 보고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김정은에게 ‘바다가 코로나에 오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할 당 간부도 없을 것이다. 그 결과가 듣도 보도 못한 비과학적⋅비이성적 코로나 대응이다.

▶김정은의 코로나 포비아(phobia)는 자신이 ‘기저 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36세라지만 1m70㎝ 남짓한 키에 140㎏은 비정상이다. 비만일수록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니 올 초 할아버지인 김일성 생일 참배도 빠진 채 은둔하고 집권 후 처음으로 ‘화상회의’까지 주재한 것이다. 중국이 지원한다는 쌀 10만t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오염을 겁내는 것이다. 죽어나는 건 북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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