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독수리, 외국인 조련사 모셨다

장민석 기자 2020. 11.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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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감독에 수베로 前밀워키 코치

한화 이글스는 올해 치욕의 한 해를 보냈다. 역대 리그 최다 연패 기록(18연패)과 타이를 이루는 등 6월부터 쭉 최하위에 머물다가 승률 32.6%(46승3무95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개막이 한 달 정도 지난 6월 초 한용덕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했고, 최원호 감독 대행이 남은 시즌 동안 어렵게 팀을 이끌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신임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 /한화 이글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시점에서 한화가 승부수를 띄웠다. 보수적인 팀 컬러의 한화는 그동안 김인식·김응용·김성근 등 KBO리그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감독을 데려와 지휘봉을 맡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구단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카드를 꺼내들었다.

◇”육성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한화 구단은 27일 “제12대 감독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48) 전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를 선임했다”며 “수베로 감독의 임기는 3년이며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리 로이스터(롯데·2008~2010)와 트레이 힐만(SK·2017~2018), 맷 윌리엄스 현 KIA 감독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네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2021시즌엔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감독 두 명이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수베로 한화 신임 감독은 ‘육성 전문가’로 유명하다. 2001년부터 15년간 다양한 마이너리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07년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싱글 A 팀에선 향후 네 차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이언 킨슬러를 가르쳤다.

2010년부터 3년간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팀 사령탑 시절에는 다저스의 2020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투수 켄리 잰슨과 페드로 바에스가 제자였다. 수베로는 당시 포수였던 잰슨과 3루수로 뛰던 바에스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포수 포지션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잰슨은 수베로의 끈질긴 권유로 고집을 꺾고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다음 정상급 마무리로 성장해 메이저리그 통산 312세이브를 거뒀다.

수베로 감독은 2016~2019년 밀워키 브루어스의 1루·수비 코치를 지냈고,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베네수엘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수베로 감독은 “힐만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KBO리그가 수준 높고 좋은 리그라고 하셨다”며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바뀌고자 하는 한화의 의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내 역량을 모두 쏟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1월 중순 입국해 비시즌 훈련을 지휘한다.

◇40대 삼총사가 이끌어갈 젊은 팀

1972년생으로 48세인 수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화는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이 모두 40대인 ‘젊은 팀’이 됐다.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와 정민철 단장 역시 1972년생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정민철 단장은 이용규와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을 포함해 11명을 방출했다. 코치 9명에게도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고, 세 외국인 선수와도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예상보다 큰 폭의 변화에 야구계가 놀랐다.

지난 16일 박찬혁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2015~2017년 한화 이글스 마케팅 팀장으로 ‘불꽃 한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 대표이사의 부임 이후 한화는 팀 쇄신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인 감독 선임을 검토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민철 단장이 미국 현지를 방문해 수베로 감독과 만나 영입을 확정했다. 정 단장은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하다가 대표이사님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자고 하셔서 외국인 감독과의 계약에 이르게 됐다”며 “수베로 감독이 미국 프로야구 육성 시스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우리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성적을 고려하지 않는 ‘리빌딩’을 꾀할 순 없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주전 내야수인 허경민과 최주환·오재일·김재호, 외야수 정수빈 등이 모두 FA(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는다. 내·외야진이 모두 허약한 한화는 외부 FA 영입 경쟁에도 일단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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