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닫자” 메르켈 제안에… 싸움난 EU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0. 11.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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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유럽 코로나 확산 진앙
스위스 페르비어 지방의 한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모습/AFP 연합뉴스

하루 20만명 넘는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유럽에서 겨울이 다가오자 스키장 개장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온상이 될 수 있는 스키장의 개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스키 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폐쇄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유럽의 스키장은 약 3800개에 달하며, 스키 인구는 2억명에 이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6일(현지 시각) 연방 하원 연설에서 “유럽의 모든 스키 리조트를 폐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3월 1차 코로나 확산기 때도 스키장이 원흉으로 지목됐다. 당시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한 스키 리조트에서만 6000명가량이 감염됐고, 이곳에 있던 스키어들이 귀국하면서 독일을 비롯해 수십 나라에 바이러스가 퍼졌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 내 스키장 폐쇄를 외친 것은 이 때문이다. 독일엔 스키장이 적어 겨울 휴가철이 되면 독일인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즐기고 돌아온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크리스마스 연휴 때 EU의 스키장에 인파가 몰리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스트리아는 펄쩍 뛰고 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스키 관광은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며 “크리스마스 기간에 스키장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스키장에 엄격한 방역 기준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무조건 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스페인도 카탈루냐주 일대 스키장들을 개장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프랑스는 엉거주춤한 대책을 내놨다. 스키 리조트 개장을 허용하되 신체 접촉이 있는 리프트·곤돌라는 가동을 중단시킬 예정이라고 장 카스텍스 총리가 발표했다. 프랑스 언론은 스키 리조트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허용하되, 실질적으로 스키를 타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려 EU 차원에서 공통의 스키장 개·폐장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기준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보건장관은 “EU 방침과 무관하게 스위스에선 일정한 방역 조치하에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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