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99] Family is a four letter word

이미도 외화 번역가 2020. 11.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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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오는 봄을 막지 못함을 기억하라(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구입니다. 올해 초 그가 아이패드에 그린 샛노란 수선화의 작품명이고요. 그림을 공개하면서 화가가 지목한 ‘그 무엇’은 코로나19입니다. 한편 영국 예술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Sometimes always never·사진)’에서 ‘그 무엇’은 어느 가장이 겪는 상실의 고통입니다.

홀아비 앨런의 취미는 ‘단어 만들기 게임’입니다. 한 글자씩 빈칸을 채워 단어를 만드는 게임으로, 완성된 단어는 영화에서 가족을 은유합니다. 안타깝게도 앨런 가족은 십 수년째 빈칸이 있습니다. 실종된 큰아들 마이클입니다. 안 가본 데 없을 만큼 큰아들 찾기에만 혈안인 아버지를 둘째 아들 피터가 말립니다. 이젠 그만 포기하라며.

무엇까지 더 포기하려 하는지 홀로 바다를 보는 일이 잦아진 앨런에게 변화가 생깁니다. 그가 최근 단어 만들기 온라인 게임에 빠진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 상대가 만드는 여러 단어 중 더러는 마이클이 옛날에 완성한 것과 똑같기 때문. 앨런은 확신합니다. 이 상대가 분명 마이클일 거라고, 아들이 그런 방식으로 연락해 오는 거라고.

상대가 끝내 눈앞에 안 나타나자 앨런이 사라집니다. 그가 마이클인지 영영 확인 못 하고 죽을까 봐 두려워하더니 잠적한 겁니다. 앨런이 있는 곳은 옛날에 삼부자가 휴가 때마다 가 단어 만들기 게임을 즐긴 캠핑장. 드디어 그곳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왔구나, 아들아!” 그리 말하며 어둠 속에서 앨런이 기뻐하건만, 온라인 게임 상대는 피터. 그가 고백합니다. “형만 생각하며 밖으로 도는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제가 뭘 꿈꾸며 버텼는지 알아요? 아버지가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은 이 하루 같은 행복이에요.”

‘가족은 네 글자 낱말이다(Family is a four letter word).’ 이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영화 끝부분에서 앨런은 아들, 며느리, 손자와 모닥불 곁에 있습니다. 앨런이 빈 의자 하나를 가까이에 놓아두는군요. ‘오는 봄(the spring)’을 은유하는 ‘네 글자 단어’는 희망의 ‘hope’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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