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지구를 그만 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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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권사회학자 조효제 선생이 최근 새로 펴낸 '탄소 사회의 종말'(21세기북스)을 보니 도입부가 "코로나19 사태는 기후 위기를 앞둔 소방훈련에 해당된다"는 애덤 프랭크의 말로 시작한다.
올 한 해 전 세계를 강타한 비상사태는 다가올 미래의 재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경고의 뜻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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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 받는 시대
생태계 교란 환경파괴 주범은 인간
우리의 삶 돌아보고 상생 도모해야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일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넘어서더니 올 봄과 여름에 이은 3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올 일 년은 아무래도 바이러스와 더불어 시작해서 그와 함께 마무리될 모양이다.
말하자면, 생태계 교란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 아니 예고편에 불과한 작금의 사태를 넘어서는 블록버스터급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지구 종말 시계가 종말을 뜻하는 자정까지 겨우 100초 남았다는 올 1월의 보도가 새삼 실감 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드디어 인류라는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실존의 세기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로마가 제국이 된 이후 종이와 나침반이 유럽에 전해진 이후/ 콜럼버스의 대항해 이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과학기술 문명이 지구를 뒤덮은 지금까지가/ 그러니까 자본주의가 창궐하고 있는 여기까지가/ 남자의 시대, 시각의 시대였다.// 눈을 감아야 내가 나로 돌아온다./ 내 안의 여자가 눈뜬다/ 나는 둘이다. 나는 둘 이상이다.// 나는 너의 옆자리로 갈 테다,/ 눈을 감고 너의 손을 어루만질 테다./ 두 눈을 감고 꽃향기의 끄트머리를 잡고 따라다닐 테다./ 눈을 지그시 감고 바람이 숲을 만나 살찌는 소리를 들을 테다./ 물의 맛을 입안에 오래 데리고 있을 테다.”(‘아주 낯선 낯익은 이야기’)
우리의 문명이 초래한 마음의 폐허를 오래도록 다독여온 이문재 시인은 ‘자본주의가 창궐하는 여기’를 넘어설 ‘이후’의 상상력으로 ‘눈을 감아야 내가 나로 돌아온다’는 어구를 내세운다. 그에 따르면, 이제까지의 우리의 삶, 이른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제국을 건설하느라 지구를 마음껏 유린해온 인류의 역사는 ‘남자의 시대’이자 ‘시각의 시대’다. ‘내 안의 여자’를 눈뜨지 못하게 억압해온 체제, 어쩌면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는 이러한 체제의 궁극적인 도달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환’이 이즈음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제까지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술이 되었다. ‘눈을 감아야 한다’는 시인의 다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눈의 지배에서 벗어나 ‘너의 손’과 ‘꽃향기’ 그리고 ‘바람이 숲을 만나 살찌는 소리’와 ‘물의 맛’을 오래 기억하고 데리고 있으려는 자세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선 감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아주 낯익은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오래된 미래’에 기대 이 우울한 코로나의 시대를 건너갈 수는 없을까.
“지구를 그만 파야 한다./ 그만 파야 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 에너지라는 생각이 팠던/ 지구의 저 수많은 구멍들부터 막아야 한다.”(‘그래, 생각이 에너지다’) 이럴 때 시인은 바람에 가장 먼저 눕고 가장 먼저 일어나는 ‘풀’ 같다. 그는 지구의 마지막 비상구를 가리키는 손가락의 소유자 같기도 하다.
신수정 명지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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