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이런 건가 싶기도"..포항 지진 3년, '마음의 병' 심각

류재현,이예진 2020. 11. 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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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은 지진이 닥친지 1,00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텐트에서 긴 대피 생활을 해 왔는데요.

지진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지원액이 충분치 않고 지급 시기도 내년이어서 올 겨울도 대피소에서 지내야 할 처지입니다.

지진 피해자 상당수는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류재현, 이예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포항시 흥해읍.

철거가 진행 중인 한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포항 지진의 여파로 사람이 살 수 없어 사용 불가 판정이 내려졌는데요.

철거가 끝나고나면, 도서관과 어린이 집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 불가 판정을 받지 못해 철거를 못하는 아파트도 많습니다.

부근의 이 아파트는 건물 전체에 균열이 생겼지만 안전 점검에선 C등급을 받아 철거를 못하고, 군데군데 지지대로 땜질식 보강을 한 채 살아야 합니다.

주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이 원룸 건물은 전체가 기울어져 임시 보강 조치를 했습니다.

복구비만 수억 원이지만, 정부가 정한 주택 피해 지원액의 상한선은 1억 2천만 원입니다.

[김길현/포항지진 시민대책위 집행위원 : "은행에 금융권이나 보통 7, 8억에서 10억 원 정도를 투자해서 만드는 집들인데 보다시피 전혀 사용도 하지 못하고."]

보상을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은 친척집으로, 원룸으로 옮겼지만, 오갈 곳 없는 주민 20여 명은 다시 남아 텐트 생활 1000일을 넘기며 네 번째 겨울을 맞습니다.

[대피소 주민 : "지금 있는 사람들은 다 힘이 들어서 죽으려고 하고, 그러니까 연세 많은 분들이 지금 더 힘들지 솔직한 말로."]

지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가릴 수사도 1년째 지지부진해 포항이 언제쯤 지진을 털고 일어설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촬영기자:신광진

“전쟁이 이런 건가 싶기도”…3년째 지진 트라우마

[리포트]

["진짜 전쟁이 이런 건가 할 정도로 그랬어요. 그해 겨울은 또 유독 추웠거든요."]

그날 이후 두 아들과 남편, 네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김윤자/포항 지진 피해자 : "처음에는 지진 난 집에 들어가서. 아, 안 울려고 했는데... 현관문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소파에 외투하고 바지 챙겨놓고. '여보 그거(지진) 나면 다른 거 입지 말고 파카만 걸치고 나와요.'"]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김윤자/포항 지진 피해자 : "진짜 힘들 때는 이거 다 내려놓고, 그냥 말까, 이런 생각 할 정도로..."]

혼자 사는 이춘석 할머니. 오늘도 온 동네를 하루종일 돌아다닙니다.

[이춘석/포항 지진 피해자 : "가만히 집에 있으면 미칠것 같아요. 온갖 생각이 다 들어서 못 살겠어요."]

지진 직후 대피해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던 체육관 텐트.

지금도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이춘석/포항 지진 피해자 : "집에 있으면 밤새도록 잠 못자요. 밤 되면 보따리 싸서 또 올라와요. 사람들이 있으니까 거기는..."]

[김윤자/포항 지진 피해자 : "그런데 그 대피소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이상하리만큼. 지금 이주를 하고도 너무 힘들면 올라가요. 올라가서 텐트에 가서 잠깐 누워서 눈 붙이고 오고."]

포항 지진 이재민 천 7백 여명 대부분이 이 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중 40% 정도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이어서 일상 생활이 힘든 상태입니다.

[이영렬/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사람은 발을 땅에 디디고 살아가는 건데, 이 땅이 흔들리는건 나의 심리적 기반, 믿음 이런게 같이 흔들릴 수 있는 건데. 사는 게 벌 받는 거 같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보면 난 뭘해도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포항 지진보다 훨씬 강하고 피해도 컸던 동일본 대지진, 중국 쓰촨성 지진만큼이나 고위험군 비율이 높습니다.

[이영렬/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센터장 :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예, 아직도 그렇게 힘든 분들이 계세요. 핵심은 감수성입니다. '당신 충분히 힘들고 그럴만하다'라고 하고좀 안아주는 자세. 그거죠."]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이예진 기자 (yeji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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