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심었지만..산불 이재민 "몸도 마음도 아파요"
[앵커]
전국 재난 현장을 다시 찾는 KBS 연속보도.
오늘(27일)은 마지막 순서로, (오래전 재난을 겪은 지역의) '잊혀진 피해자'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지난해 봄 대형 산불이 났던 강원도 고성군 이재민들은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맞고 있는데요.
정면구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산불이 휩쓸고 간 민둥산에 어린 묘목을 심었습니다.
아직 키가 1미터도 안 되는 2년생 낙엽송입니다.
예전 모습을 되찾으려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안재필/고성군 산림과장 :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주변의 풀도 좀 제거해줘야 하고 잡목도 제거해줘야 하고 이런 관리가 필요합니다."]
산불로 집을 잃은 올해 여든셋 김태희 할머니.
임시 주택 생활 이후 약 봉투만 늘었습니다.
["이건 혈압약이야. 이건 허리 아플 때 진통제 약이고."]
2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을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비만 오면 방에 물까지 들어차, 한숨과 설움이 교차합니다.
[김태희/산불 이재민 : "(마음이 아프신 거구나 마음이?) 아이고 복장이 터져서 지금. 이거 내가 집 옮기고 물이 차니 이것 때문에 내가 너무너무 속이 상해."]
산불 이후 261세대가 거주했던 이재민들의 임시 주택입니다.
19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180세대 넘게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봄 마주한 악몽은 수시로 떠오릅니다.
[정옥희/산불 이재민 : "바람이 막 불고 하면 섬뜩섬뜩하고 아이고 이제는 다시 말하고 싶지도 않아."]
전신주가 산불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보상은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한전은 당초 천억 원 넘게 보상하려 했지만, 실제 지급된 건 556억 원입니다.
정부가 피해민들에게 지급한 산불 재난지원금에 대해 한전에 구상권 청구 방침을 밝히자, 한전이 보상금 지급을 중단하고 정부와 협의를 하느라 지지부진해진 겁니다.
[노장현/고성 산불 피해 비상대책위원장 :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그런 심정까지 몰렸다. 한전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이 부분은 우리 이재민들을 그냥 방치하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나."]
산불 이후 어느새 두 번째 겨울을 맞게 된 이재민들.
따뜻한 봄이 오면 제대로 보상도 받고 새집으로 이사하길 기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숨만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촬영기자:김중용
정면구 기자 (n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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