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강등 후 떠난 친정팀과 1부 승격 관문 '외나무 다리 혈투'라니

황민국 기자 2020. 11. 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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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캡틴' 이한샘

[경향신문]

이한샘 | 프로축구연맹 제공
내일 경남과 운명을 건 한판 승부
통산 두 차례 ‘1부 승격’ 이끈 경험
실력이 자존심…“1부서 더 뛸 것”

수원FC의 ‘캡틴’ 이한샘(31)은 며칠 전 1부 승격을 다투는 K리그2 플레이오프의 상대가 경남FC로 확정되자 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이한샘이 한때 경남을 상징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한샘은 오는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친정팀과 얄궂은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이한샘은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하필이면 1부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경남을 만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한샘의 속내는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에서 잘 드러난다. 훈련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집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는다. 이한샘은 “큰 승부를 앞두고 긴장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면서도 “2014년 경남이 2부로 떨어질 때 부주장으로서 막지 못했다는 ‘부채 의식’은 여전히 있다. 이듬해 난 강원FC로 떠났으니 팬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라고 고백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친정팀과의 옛정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한샘도 프로 10년차로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 두 차례(2016년 강원·2018년 아산 경찰청)나 승격의 자격을 얻어낸 베테랑이기도 하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원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독기를 품어야 한다. 이한샘은 “후배들이 플레이오프의 부담감을 어떻게 다스릴지 물어볼 때면 ‘평소처럼 하라’는 말을 해줬다. 나도 그 마음으로 경남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샘의 말처럼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수원은 내년 1부리그에 오를 수 있다. 올해 상대 전적은 3전 전승. 경기 내용에서도 8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그 절반인 4골뿐이었다. 특히 수원이 자랑하는 투톱인 안병준(20골)과 마사(10골)는 3주 가까이 쉬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한샘 개인에게도 1부 승격은 간절한 목표다. 그는 두 차례 승격 기회를 얻었지만 정작 1부에서 뛴 기억은 경남에서의 2014년이 마지막이다.

강원에서 1부 승격의 기회를 얻었을 땐 수원으로 이적해야 했고, 아산에서는 경찰팀 해체라는 비운에 승격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한샘도 내년이면 30대 중반으로 향한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의 마지막 족적을 1부에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한샘은 “남들은 프로의 자존심이 돈이라고 말하지만 난 사실 실력”이라며 “우리가 1부에서 뛸 실력이 있다는 걸 동료들과 함께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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