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처리 무산된 구글 갑질 방지법
업계 "근본적 문제 해결 안 돼"
[경향신문]
국회가 추진해온 ‘구글 갑질 방지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통행세’ 부과 논란에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한 여야 정치권이 구글이 시행 시기를 연기하자 일제히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앱 개발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관련 법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27일 국회와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올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가 무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당초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아 논의 자체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여당과 뜻을 모았던 야당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으로 돌아선 데다, 구글이 새 정책 시행 시점을 내년 1월에서 10월로 연기하면서 법 개정은 속력을 잃은 모습이다.
구글은 지난 9월 자사 앱마켓에서 내부 결제시스템을 통해 결제하는 ‘인앱결제’와 모든 앱에 30% 결제수수료를 부과하는 새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게임앱에만 적용하던 것을 2021년부터 디지털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 여야 의원들은 콘텐츠 개발자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이들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방안,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사항에 ‘앱마켓에서의 이용요금 결제, 결제 취소 또는 환급에 관한 분쟁’을 추가하는 방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 시정명령을 통해 앱마켓 사업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개정안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만 해도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며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글에 대한 규제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저촉되거나 중복규제의 위험성 등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지난 23일 구글의 정책 변경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국내 앱 개발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입법 방향에 대해 시간을 갖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내 임시국회를 통한 법안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글의 정책 유예로 내년 9월까지 논의할 시간을 벌었다는 기류가 형성돼 여야가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앱 개발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 적용 시점이 늦춰진 것일 뿐 수수료 등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법안 통과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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