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언급하거나 수면장애 호소..주변 정리하고 자기비하,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 '경고 신호'

이창준 기자 2020. 11.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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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심리부검 면담 결과 발표

[경향신문]

주변인 22%만 ‘사망 전 인지’
64%가 우울증, 절반만 치료받아
유족 93%는 “일상생활 악영향”

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등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 등 주변인 대부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와 함께 최근 5년간(2015~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566명의 유족 6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부검 면담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의 사망 전 심리 행동 양상 및 변화 상태를 알기 위해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검토하는 조사 방법으로 국내에는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조사 대상자들은 대부분 자살 징후를 보였다. 자살사망자 중 93.5%에 달하는 529명이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냈다. 언어 면에서는 죽음을 언급하거나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했고, 자기비하적인 말을 했다.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겪었으며, 통장이나 물건 등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적 특징을 보였다.

정서적으로도 죄책감이나 무기력감, 과민함 등의 감정 변화를 겪었다. 이 같은 신호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유족 중 이를 인지한 경우는 119명(22.5%)에 불과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은 미처 자살 징후로 인식하지 못하고 나중에야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살사망자 상당수는 자살 위험군이었다. 이들 중 35.2%(199명)는 사망 전 이미 한 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생존 당시 다른 가족이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로 사망한 경우가 있는 경우도 45.8%(259명)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또 자살사망자 중 88.9%(503명)는 정신건강 관련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중 우울증을 앓았던 경우가 64.3%(364명)로 가장 높았으나, 치료나 상담을 받은 사망자는 51.8%(293명)에 그쳤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이들은 가족관계와 경제적 문제, 직업 등 평균 3.8개 스트레스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스트레스 주요 요인은 달랐다. 20대의 경우 가족·친구·연인 등 관계의 악순환이 가장 큰 요소였다. 30대는 구직 및 취직 후 업무 스트레스 등 직장 문제가, 40대는 투자 실패 등 경제 문제가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혔다. 50대는 정신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가족 문제 등이,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부부관계 관련 문제와 신체 질환 및 경제적 부담 문제가 자살로 이어지는 주요 위험 요인이었다.

가족의 자살은 유족의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유족 중 93.3%(571명)는 가족과 사별 후 대인관계나 정서적 측면 등에서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중증 이상의 우울 상태인 유족이 425명이나 됐으며, 음주 문제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262명 있었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심리부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촘촘히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자살 유족을 지원하기 위해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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