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블동문회] (4) '러시아 득점왕에서 악동으로' LG 제퍼슨은 어느 나라에서 뛰고 있을까

이영환 2020. 11. 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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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영환 객원 기자] 2013-2014시즌 KBL을 놀라게 한 외국 선수가 있었다. 러시아 득점왕이라는 별명답게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매 경기 상대를 제압했다. 출중한 기량은 국내 선수는 물론 같은 외국 선수들도 제어하지 못해 쩔쩔맸을 정도. 외국 선수로선 좀처럼 받기 힘든 이달의 선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두 시즌 만에 그의 별명은 득점왕에서 악동으로 바뀌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2015년 3월 한 경기에서 나왔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며 모두가 국민의례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그는 신발 끈을 묶고 스트레칭을 했다. 반발이 커지며 사태가 심각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개인 SNS에 손가락 욕 사진을 올리며 오히려 일을 키웠다.

결국 그는 이 사건으로 곧바로 리그에서 퇴출, 5년간 자격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소속팀이던 창원 LG를 웃고 울게 한 데이본 제퍼슨(203cm, F-C)의 얘기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선 제퍼슨, 그가 올 시즌 자리를 옮긴 곳은 고향과도 같은 이스라엘 리그(BSL)다. 제퍼슨은 2008-2009시즌 프로 선수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던 마카비 하이파(Maccabi Haifa)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셈이다.

구단은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34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한 시즌 계약이 성사됐음을 알렸다. 다니엘 세오아네 하이파 감독은 “제퍼슨은 여러 경험을 갖추고 있는 선수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며 “그가 팀에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제퍼슨은 지난 8일 첫 경기에 출전해 몸을 풀었다. 새 팀원들과의 손발이 맞진 않았지만 컨디션이나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를 치르며 금세 팀에 적응한 제퍼슨은 이후 30분 이상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KBL에서도 그랬듯 움직임이 빠르진 않았다. 게다가 30대 중반의 몸놀림이 한국에서 뛰던 7년 전과 같을까. 하지만 헤지테이션 동작과 스텝을 이용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기술은 여전했다. 동료와의 투맨 게임을 즐기며 수차례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도 보였다. 종종 던지는 중거리슛도 정확한 편이었고, 공중에서 상대와 부딪힌 후 득점에 성공하는 등 균형감각과 집중력도 뛰어났다.

제퍼슨은 최근 경기였던 지난 22일 하포엘 텔아비브전(Hapoel SP Tel Aviv)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의 시즌 첫 승리(92-83)를 이끈 것. 리바운드의 경우 양 팀 통틀어 최다였고 블록슛도 곁들이며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그는 팀이 원했던 림 프로텍터의 모습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제퍼슨은 4경기 평균 16.3득점 5.5리바운드 1.3스틸을 기록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제퍼슨은 향후 더욱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수많은 리그를 겪으며 장착한 노련미는 그의 기량을 배가할 수 있는 요소다.

이는 27일 기준 1승 3패로 하위권에 머묽고 있는 팀을 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2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LG를 단번에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이끌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비신사적 행위로 KBL에서 물의를 빚었던 제퍼슨. 다만 기량만큼은 여전히 해외에서도 통할 만큼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을까. 형식적으로 보면 계약은 가능하다. 2015년 내린 5년 자격정지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L, 나아가 한국을 존중하지 않은 데 따른 농구 팬들의 반감을 고려해야 한다. 그의 태도는 변수가 아닌 상수인 탓에 감독과 동료 선수들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과연 제퍼슨은 은퇴 전 한국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을까.

 

#사진_마카비 하이파 공식 SNS, 점프볼 DB 제공

 

점프볼 / 이영환 기자 yugh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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