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고 돌아 면죄부 주고 끝난 방통위의 MBN 재승인 결정

2020. 11. 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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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방송통신위원회가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승인 기준 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 MBN에 대해 3년간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사 승인을 받은 불법행위로 지난달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재승인 기준점까지 넘기지 못한 MBN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일단 종편 승인을 받으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어떤 결격사유가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인다는 방통위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방통위에서 재승인 기준 점수(650점)를 넘은 JTBC는 5년간 재승인을 받았고, 640.50점에 그친 MBN은 다음달 1일부터 2023년 11월30일까지 3년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MBN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재난방송이나 어린이 방송 편성이 매우 저조하고, 홈쇼핑 연계 편성도 다른 채널보다 심각하며, 왜곡된 보건정보 전달 등 공익적 가치도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사회·감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최대주주가 6개월 업무정지 피해에 경제적 책임을 지고 방송사 운영·인사에 관여하지 못하는 등 17개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결정했다.

재승인을 결정한 배경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방통위는 “자본금 편법 충당 행위가 2018년까지 이어졌고 뚜렷한 개선 방안이나 경영 투명성 제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해 재승인 거부를 필요로 한다”면서도 “재승인 거부 시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의 시청자 피해가 방송사 재승인의 주된 근거가 된 것이다. 거짓으로 승인받고, 허위자료를 제출해 두 번이나 재승인받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들통난 조직이 기준점에 못 미친 점수를 받고도 연명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를 기만·우롱하는 일이고, 전체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다.

명백한 불법에도 눈감은 방통위에 앞으로 제대로 된 심판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종편채널의 조건부 재승인이 남발되고 있다. 당장 6개월 단위로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미준수 시 MBN 재승인을 취소하겠다는 방통위 발표부터 회의적인 시선이 쏠린다. 이런 방통위라면 공정한 방송을 위한 감독권을 반납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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