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밀어붙이는 與..野불참 속 단독 공청회

정주원,이석희 2020. 11.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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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서 찬반 토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위해
징벌적 손배제 전면도입 필요"
"형법·행정법 있어 3중처벌
소송 남발로 기업활동 위축"
상법개정안 연내 처리 주목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징벌배상제 도입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명한석 변호사, 이경상 대한상의 조사본부장, 김남근 변호사, 김선정 동국대 석좌교수. [김호영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에 대해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청회를 열고 입법 강행 의지를 시사해 주목된다. 당정은 BMW 화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계기로 자동차·제조물 등 일부 분야에만 적용되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모든 사례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과 법체계상 부조화 등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의원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일반적 징벌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당 의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법사위원이자 최고위원인 신동근 의원은 "기업은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관련 책임이 있고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반법으로 도입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오기형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발의한 바 있고 정부 역시 상법 개정을 통해 이를 추진 중인 상황이다. 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핵심은 누구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손해의 3~5배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1일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 연말 이전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찬반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았지만 도입 취지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앞서 지난 10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예전부터 징벌적 손배제에 찬성해왔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생산업체가 물건을 잘못 만들어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법의 적용 범위나 소송 남발 우려 등 부작용과 관련해 '신중론'도 맞선다. 법사위 소속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을 면밀히 검토해 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점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공청회에는 여야가 추천한 진술인 4명이 출석했는데 절반은 대체로 찬성 의견을, 절반은 대체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진술인 측에서는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쏟아냈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선정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는 민사법과 형사법, 행정법을 엄격히 구분한다"며 "현재 대륙법계 국가 중 징벌적 손해배상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은 중국 정도"라고 설명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존 법체계 속에서 이미 과징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형벌과 행정벌을 가하고 있는데 민사상 징벌까지 삼중 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활동 위축과 소송 남발에 대한 염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악의적 소송에도 패소 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소송 남발 가능성도 높다"며 "기업들이 일상적으로 부딪힐 위험에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찬성 의견을 밝혔던 명한석 변호사도 적용 대상을 '상인'으로 한정한 정부안과 달리 '손해를 가한 자'로 규정한 박주민 의원안에 대해 "친구끼리 폭행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대상 범위가 너무 넓다고 우려했다.

[정주원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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