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방한한 왕이 '광폭행보'..한중협력에 초점

민선희 기자 2020. 11. 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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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연내 방한 사실상 무산..한반도 협력 필요성 공감
미중 갈등에 직접 언급 피하면서도 '데이터 안보 구상' 설명
사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0.11.27/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27일 오후 출국했다. 왕 위원은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것은 물론 여권 인사까지 두루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왕 위원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한미일 3국 공조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한국과 일본 순방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왕 위원은 이번 방한기간 동안 미중 갈등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 보다는, 한중·한중일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왕 위원은 이날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연구원장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 등과 조찬을 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전날 오전에는 강 장관, 오후에는 문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왕 위원은 이번 방한에서 한중 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 국민들은 '수망상조(守望相助)' 의 정신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줬다"며 한중관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련을 견뎌내고 더 강해졌다고 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중 협력 증진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은 보건, 문화, 경제, 환경, 역사 등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해가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10가지 공동인식을 달성했다"며 방역협력, 한중일 자유무역협상(FTA) 등을 언급했다.

왕 위원은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Δ코로나19 대응 Δ경제무역 협력 Δ지역 안정 수호 Δ한반도 문제 평화 해결 Δ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를 위한 협력, Δ한-중 FTA 2단계 협상 등을 언급하며 "한중간 해야할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중 현안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주석의 방한 시기는 결정짓지 못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왕 위원은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3차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왕 위원은 시 주석의 방한 조건에 대한 질문에 기자들의 마스크를 가리키며 "다들 마스크 쓰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왕 위원과 강 장관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평가를 공유했다. 양측은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이고, 북한도 코로나19 상황속에서 상황을 주시·관망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왕 위원은 이 전 대표 및 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런 저런 평가가 있겠지만 전쟁의 파국을 막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의장과 만나서도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고,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 손에 줘야 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서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국 동맹' 복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왕 위원이 한국을 향해 최소한 중국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반중전선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왕 위원은 미중 갈등 상황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아꼈다. 그는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방한을 미중 경쟁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말에 "이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190여개의 국가가 있고 모두 독립자주국"이라며 "한국과 중국도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게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러 온 것이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자들이 추정은 할 수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미중 갈등 상황과 한미관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독립과 자주를 이야기한 것은 미국 쪽에 치우지지 말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에 대해 언급했다. 글로벌 데이터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자체적인 데이터 안보 구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IT기업들을 상대로 기술압박을 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왔다. 사실상 미중 갈등의 한 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측이 관련 구상에 대해 우리 측에 설명했고, 우리는 해당 구상을 포함해 국제 사회의 관련 논의를 우리 나름대로 검토해볼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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