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 "넷플릭스서 뜨면 해외 러브콜 올까요"

넷플릭스 영화 '콜' 박신혜
과거 바꿔 비극 초래되는 얘기
"점점 독해져가는 주인공 표현"

"시간과 관련된 많은 드라마·영화들이 있었지만 보통은 현재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과거를 바꾸는 얘기들이었죠. 우리 영화는 그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를 어떻게 감당해내야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어요." 최근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줌'을 통해 만난 배우 박신혜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콜'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작은 드라마 '시그널' 영화 '동감' 등과 비슷하다. 현재와 과거가 '전화기'를 매개로 이어진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안 쓰던 낡은 무선전화기를 가동했다가 한 낯선 여자와 통화하게 된다. 그녀의 정체는 20년 전 이 집에서 살던 사람 '영숙'(전종서)이다. 긴 대화 속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우정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상대방에 대한 굳은 믿음 속에서 이들은 금기마저 넘는다. 영숙은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며 미래를 바꾸고, 서연은 20년 후 영숙의 미래를 그녀에게 알려주며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고 비극이 시작된다. 서연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영숙은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바꾸려다 폭주한다. 살인을 거듭하는 사이코패스가 돼 서연의 현재마저 위협한다. 결국은 서연도 영숙의 적이 된다. 박신혜는 "내 안에 갖고 있는 다양한 표정과 감정들을 폭발시킨 작품"이라며 "처음엔 올곧았던 서연이 점점 무너지고 독해져가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기하는 중 극처럼 현실에서도 과거를 바꾸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박신혜는 딱 잘라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후회되는 순간은 많죠.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저라는 사람, 박신혜라는 배우가 되더라고요. 물론 앞으로도 후회되는 일이 많겠지요. 그래도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이 작품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과 더불어 여성 중심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박신혜도 이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여성 캐릭터들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가지고 있고, 각자가 극을 주도하는 점이 와닿았다"고 했다. 극 중 또 다른 주인공 영숙도 서연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드물었던 '여성 악당'이다. 박신혜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영숙 역할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광기에 어린 모습이 사람들을 숨막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이를 원래 자기였던 것처럼 꼭 맞게 연기한다.

영화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지만 원래는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었다. 올 2월엔 제작발표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극장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터라 결국 안방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박신혜는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면서도 전화위복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넷플릭스를 통해 '콜'이 전 세계 관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스태프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러브콜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