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같은 앱, 다른 가격..잡스형~ 앱마켓이 왜이래?

이승윤,홍성용 2020. 11.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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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인앱결제' 논란..수수료 놓고 IT업계 갈등중
"저는 삼성 갤럭시폰을 쓰는데요. 아이폰을 쓰는 친구보다 멜론(Melon) 월 스트리밍 결제가 2460원이나 저렴해서 좋습니다."

"결제한 적도 없는 수십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안드로이드 기사 볼 때마다 불안해요.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IAP·In App Purchase)' 정책이 올 하반기 내내 정보기술(IT)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인앱결제는 소비자에게 생소한 용어지만,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들과 개발자들에게는 많은 수익이 왔다 갔다 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애플 앱마켓인 앱스토어와 구글 앱마켓인 구글플레이를 이용할 때 자체 빌링(Billing)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정책이 인앱결제 정책이다.

이때 30%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같은 서비스라도 소비자가 아이폰 유저인지와 안드로이드폰 유저인지에 따라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등에서 결제하는 가격이 달라진다. 개발사는 앱에서 결제된 금액의 30% 수수료를 앱마켓 사업자들이 떼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반면 앱마켓 사업자들은 "앱 백화점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으니 수수료는 받아야 할 당연한 대가"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인앱결제 정책과 수수료 문제는 애플과 구글 앱마켓이 태동한 2007~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애플만 만들 수 있는 세계' 앱스토어

앱은 어떻게 디지털 세상에서 유통되기 시작했을까. 앱이라는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앱마켓이라는 시장에 올려서 판매하고, 고객이 구매해서 다운로드하는 일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08년 '애플 앱스토어'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잡스도 앱마켓이 지금처럼 매월 20억명이 사용하는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앱의 유료화와 유통이 마땅치 않았던 개발자들은 연 99달러의 개발자 등록 비용만 내면 디지털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플랫폼에 열광했다.

개발사가 수익의 70%를 가져가고 애플에는 호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30%만 떼어 주면 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깐깐한 자체 심사를 통해 앱 품질과 안전성도 보증해줬다. 개발사들은 더 이상 통신사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애플이 제공한 개발자 키트를 활용하면 됐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만 있으면 앱을 만들고 글로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앱 개발자와 새로운 서비스에 목마른 고객 모두 '윈윈'이었다.

애플 앱스토어는 올해 기준 2800만명 개발자가 참여하는 180만개 앱이 있는 마켓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도 내놨다. 매월 구독료 6500원을 내면 100개가 넘는 애플 독점 게임을 광고나 추가비용(앱결제)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12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 애플의 가이드라인이 '압제'라며 반발하는 곳도 나타났다. 포트나이트 게임을 개발한 미국 에픽게임즈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에픽게임즈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게임에 탑재했다가 '애플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앱이 삭제됐다. 에픽게임즈는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고, 공방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깐깐한 앱 사전심사'와 '인앱결제'가 특징이다. 애플은 2008년 앱마켓을 세상에 내놓을 때부터 가이드라인에 따른 앱의 고른 품질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해 왔다. 결제는 넷플릭스처럼 웹결제를 하는 것은 막지 않지만, 앱 안에서 개발사가 별도 결제망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인앱결제 수수료 30%는 매주 10만개가 넘는 앱에 대해 진행하는 사전심사와 같은 운영비에 사용한다. 구글과 달리 인앱 광고 수익을 받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 '함께 만들어가는 세계' 구글 플레이

구글의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스토어는 2008년 10월 '안드로이드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2012년 3월 앱마켓 명칭을 '구글플레이(Google Play)'로 개편해 현재는 전 세계 190개국, 매월 20억명이 이용하고 있다.

구글플레이가 누구나 앱을 쉽게 올릴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한 이유는 안드로이드 OS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안드로이드는 '폐쇄형'인 애플과 정반대 시스템이다. 애플보다 1년여 늦게 모바일 생태계에 뛰어든 구글은 수많은 앱 개발자와 이용자를 끌어와야 할 아이디어가 절실했다. 애플이 앱마켓을 내놓은 것은 2008년이지만, 사실 2007년 6월 이미 iOS 최초 버전을 선보인 상황이었다. 반면 구글은 반박자 늦은 2008년 9월에야 안드로이드 1.0을 첫 출시했다. 자칫하면 모바일 생태계가 애플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기였다.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소프트웨어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를 공개한 뒤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오픈소스' 형태로 자체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개방형 모델은 앱 사전 심의과정을 간소화해 수준 낮은 앱이나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는 앱까지 게시되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앱마켓 안정성 논란에 구글은 '앱 보안'을 우선순위로 뒀고, 현재는 '악성 콘텐츠 99% 차단'처럼 개방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구글플레이는 또한 게임 외 다른 앱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으로 개발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개발자가 저작권을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무료로 쉽게 앱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게임 앱 개발사는 30% 수수료를 냈지만 구글플레이 덕에 매년 파이를 키워왔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초창기 PC 개발사가 독립해 만든 작은 개발사가 대부분이라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이때 구글이 신상 게임을 구글플레이 최상단에 '추천 게임'으로 띄워주며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왔다. 게임 앱에서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을 중소 개발사 지원과 앱마켓 안정화에 쓴 것이다.

네이버·카카오를 포함한 국내 대표 IT기업의 네이버웹툰(웹툰)이나 멜론(음악) 같은 유료 기반 디지털 재화 서비스는 게임 이외의 앱으로 분류됐다. 자체 결제망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이들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같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활용했다.

하지만 게임 외 앱의 자체 결제 시스템 허용은 구글을 옭아맸다. 구글 입장에서 볼 때 구글 결제망 밖에서 이뤄진 부정 결제에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구글 앱 결제 관련 민원은 2016년 47만건에서 2018년 70만여 건으로 2년 새 48.5% 증가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외부 결제를 우리가 인지할 방법은 없다"며 "처리되지 않은 민원의 100%는 외부 결제"라고 밝혔다.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게임 외 모든 앱으로 확장하기로 한 이유다.


◆ 15% 수수료 인하가 타협점일까

인앱결제 정책 의무화로 인한 30% 수수료 부과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모든 앱에 대한 인앱결제를 의무화했던 애플은 내년 1월부터 연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 중소개발사의 수수료를 15%로 깎기로 했다. 구글은 게임을 포함한 모든 앱에 대한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30% 수수료)을 기존 앱과 신규 앱 모두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애플의 신규 정책 발표로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인앱결제 의무화를 '강제'로 못 박고 금지하게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통과를 논의 중이다. 법안 통과로 애플과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의무화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앱마켓 운영 방법을 바꾸거나 극단적으로는 국내서 철수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구글이 법안 통과를 막는 대신 중소개발사 수수료 15% 인하에 동참할 경우 국내 앱마켓인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 등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가격 인하에 골목상권이 고통받는다는 얘기가 불거지는 이유다.

[이승윤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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