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 신설..흩어진 정부 기후위기 대응 총괄할까

박기용 2020. 11.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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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27일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문 대통령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지만

"위원회로 한계..컨트롤타워, 전담 부처 필요
전기요금 현실화 선행돼야"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27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직속 위원회나 전담 차관 신설이 탄소중립의 실현을 담보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실행 의지를 보여줄 첫 조처로 전기요금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생존과 미래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연내에 유엔(UN)에 제출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서도 “2025년 이전에 최대한 빨리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우리 정부 임기 안에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범정부 추진 체계부터 구축하겠다고 했다.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이 더 큰 힘을 받도록 산업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도 튼튼하게 마련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특별기금 신설과 함께 탄소인지 예산제도 등 기후변화에 친화적인 재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세제와 부담금 제도의 개편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탄소중립위는 최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에서도 등장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제안에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제정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녹색성장위원회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을 통폐합해 관련 정부 조직을 재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그린뉴딜 기본법)에서도 ‘국가기후위기위원회’를 설치해 콘트롤타워 구실을 맡기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여러 부처와 기구에서 나뉘어 다뤄졌던 관련 의제들이 속도감 있게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부가 주무를 맡고 있지만, 전반적인 계획 관리 정도의 구실만 할 뿐, 구체적인 정책을 집행할 수단들이 산업부, 국토부 등에 나뉘어 있어 한계란 지적이 있었다. 현재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담당하는 에너지자원실은 3개 정책관·1개 정책단·18개 과로 구성돼 있는데, 산업부 7개 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최근엔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라 할 그린뉴딜과 기후위기 대응이 강조되면서 갈수록 업무 부담이 가중돼 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탄소 중립을 하기 위해선 에너지 쪽에 좀 더 많은 이슈들이 생길 테니 (조직이) 보강된다면 일을 더 충실히 해나갈 계기가 되겠지만, 아직은 정부 조직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그린뉴딜 기본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의원실 제공

직속 위원회나 전담 차관 신설만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담보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단 하나로, 재생에너지 확대 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관련 이해가 부족하고 주민들 반감 탓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여러 문제에 부딪쳐 있다. 지금도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등) 관련 위원회가 많다. 집행기능이 없는 위원회 체계보단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이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산업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이 이 문제와 다 관련돼 있는데 차관 하나가 부처 간 차이나 칸막이를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아예 기후에너지부 등 전담 부처를 정부에 두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탄소중립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차관 정도가 아닌 부처가 필요하다. 미국도 에너지부가 따로 있고, 과거에 우리도 동력자원부가 있었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수정책으로 전락한 에너지 업무를 다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기요금에 원가를 연동하고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등의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선언(10월28일)을 한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정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은 말로 선언하는 것으로는 안 되고, 국민에게 ‘이제는 정말 더는 늦출수 없구나’라고 인식하게 하는 시그널(신호)이 필요하다. 파열음이 있더라도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탄소중립 선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용 서영지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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