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 기후변화 '녹색 머리띠' 묶다

최우리 2020. 11. 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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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시작되는 100만 조합원 투표 앞두고
청년기후긴급행동, '기후위기와 노조 역할' 질문
1번 김상구 "산업 전환, 사회적 교섭 주요 의제"
2번 이영주 "기후변화는 체제변혁 운동"
3번 양경수 "탈석탄시점 앞당기는 데 동의"
4번 이호동 "기후환경생명안전위원회 설치"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기호 1번 김상구, 2번 이영주, 3번 양경수, 4번 이호동 후보. 연합뉴스

‘노조에게 기후위기란’.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가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에게 물었다. 4명의 후보들은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관련 활동이 그동안 미흡했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기후운동 진영과 노조의 연대를 강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들은 선거 공약을 넘은 ‘조직적 실천’을 주문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조합원수에서 제1노총이 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00만 조합원 직접 투표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한다. 코로나19로 고용 불안이 심화하고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노동계가 마주한 현실은 엄혹하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그린뉴딜을 추진 중이다. 석탄발전·자동차 등의 화석연료 산업이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상황도 노동계 내부의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청년 기후운동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물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비폭력 직접행동을 목표로 하는 청년 단체다. 공룡탈을 쓰고 한국 사회 곳곳에서 석탄발전 퇴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는 등 사회 전반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기호 1번 김상구 후보는 전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2번 이영주 후보는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다. 민주노총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 계열의 양경수 경기본부장은 3번, 이호동 발전노조 초대위원장이 4번 후보다.

4명 모두 산업 전환 과정이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등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기후위기 대응이 민주노총의 중요 사업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청년노동자들이 노조를 외면하는 현실을 고려해 적색(노동)과 녹색(기후), 보라색(페미니즘) 연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4명의 후보 모두 그동안 노조와 기후운동과의 관계가 “부문·연대운동에 그쳤”(2번 이영주)고 “미흡했다”(1번 김상구)며 “공감”(4번 이호동)하고 “연대를 강화해야”(3번 양경수)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26일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부의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8일 민주노총은 차기 위원장을 뽑는 선거를 한다. 연합뉴스

―질문① 기후위기 대응이 차기 민주노총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모든 후보가 동의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1번 김상구 후보는 “사회적 대화의 주요 의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2번 이영주 후보는 “더 중요한 사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기후위기 문제는 노동자 근로조건과 경제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기후·생태 위기를 핵심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기후환경생명안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질문② 석탄발전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보는가

후보들은 대체로 신속한 산업 전환이 필요하지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1번 김상구 후보는 “고용안전망 구축 대안을 마련한다면 빠르고 과감한 전환도 가능하다”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온실가스 배출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녹색일자리 창출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자동차산업 등 불가피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기후환경생명안전위원회를 통해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질문③ 탈석탄발전 시점은 2050년보다 앞당기는 것이 좋은가

1번 김상구 후보는 “폐쇄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업적 대책과 노동자 고용대책”이라고 답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필수 공공재화인 에너지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탈상품화’를 언급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기술적, 경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빠른 탈핵·탈석탄이 필요하지만 에너지 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8일 강원 삼척시청 앞에서의 맹방해변 원상복구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앞서 주민단체 회원 등이 삼척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④ 산업을 전환할 때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고용 안정이 무너지는데 어떤 대책을 제시할 것인가

4명 후보 모두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답했다.

1번 김상구 후보는 “관련 산업의 노사정 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자본주의 체제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체제 변환 요구다. 기후위기 대응은 본질적으로 체제변혁 운동”이라고 답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기업과 업종 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가적 계획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강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질문⑤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가 신한울 3·4호기 원전 재개 캠페인을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1번 김상구 후보는 “원전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이 필요하며, 고용 대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사업장 차원에 맡길 경우 생기는 모순이다. 올바른 대안과 전망을 수립해 이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고용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노조도 사회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업종전환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도 “탈핵 원칙과 에너지 수급정책의 균형이 맞춰지는 국민 수용성에 기반한 점진적 과정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라고 했다.

―질문⑥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관계는

1번 김상구 후보는 “노동운동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교육과 토론을 통해 전 조직이 참여하는 대응운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기후운동을 부문운동이 아닌 체제변화의 핵심 의제로 격상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기후위기 등 현시대 새롭게 제기되는 사안에서 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기후운동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갖추고 국제연대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질문⑦ ‘노동·기후·페미니즘’ 연대를 위해 청년 노동자 노조 참여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1번 김상구 후보는 “직장 내 갑질 등 감정노동·여성운동으로 출발한 의제 등을 적극 발굴해 전체 산업 차원에서 쟁점화하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청년노동자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다수다. 청년노동자 조직을 위해 ‘준조합원 제도 신설’을 추진하겠다. 미래 노동자인 학생-청소년-청년이 노조 일원으로 직접 활동하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전통적 의미의 노동계급이 줄어들고 계급적 경제성이 모호한 경제주체들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자성 확대를 통해 노동운동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저출산·고령화 시대 대응을 위한 ‘청년·노년 위원회’ 신설을 공약했다. 노조가 삶의 중요한 토대와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선전홍보와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와 청년전태일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동료 기만한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⑧ 민주노총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있었다면

1번 김상구 후보는 “분배정의를 제 1의 목적으로 삼아 민중의 삶을 개선해 왔지만, 그에 따른 기업별 노사관계 고착화가 사회연대 약화를 가져왔다. 초기업적 산별노조 전환을 통해 산업정책과 기후위기 의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탄소배출기업·핵발전 관련 사업장 노동자는 기후위기 대응을 생존과 일자리 문제로 본다. 기후위기 대응을 개별 사업장 내부 문제로 두기보다 국가차원의 산업-고용 정책으로 확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생존권 보장 등을 우선해 기후위기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계가 주도권이 없어 대안 모색이 어렵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노동자 생존권이 최우선인 노동운동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미 2005년 노동계와 환경단체가 연합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질문⑨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평가

1번 김상구 후보는 “녹색전환 목표는 전면 재설정돼야 한다. 탈탄소를 추진하지 않으면 심각한 고용·분배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즉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재정투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번 이영주 후보는 “그린뉴딜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실현할 철학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현대차 등 재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3번 양경수 후보는 “이전 정권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과감한 전환과 구체적 실천보다 원칙적 방향을 천명하는 수준이다. 전면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4번 이호동 후보는 “뉴딜의 핵심인 노동을 도외시하고 있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린뉴딜을 이야기하지만 재벌 이익에 정책 방향이 주로 맞춰져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후보들 답변에 대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총평 1. 민주노총 제 10기 위원장 후보들 모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차기 지도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한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각 선본의 구체적인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총연맹의 인식이 1년 전보다 훨씬 진전했다고 생각한다. 2. 후보들은 특히 △2030년 탈석탄 목표에 부분별로 동의하고 △사회·경제적 체제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후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3. 다만, 위 사안들을 실현하려면 ‘선거철 공약’을 뛰어넘는 ‘조직적 실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가맹조직 및 지역본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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