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잔칫날' 삶과 죽음 사이에 돈이 있다

정유진 기자 2020. 11. 27. 10: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지만 사람들은 이생에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최대한 많은 돈을 손에 쥐기 위해 노력한다.

돈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또 비참함에서 구할 수도 있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잔칫날'(감독 김록경)은 돈 때문에 마음껏 슬퍼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며 보는 이들의 공감과 연민을 자아낸다.

그 돈이라면 아버지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잔칫날'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지만 사람들은 이생에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최대한 많은 돈을 손에 쥐기 위해 노력한다. 돈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또 비참함에서 구할 수도 있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잔칫날'(감독 김록경)은 돈 때문에 마음껏 슬퍼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며 보는 이들의 공감과 연민을 자아낸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잔칫날'은 무명의 MC 경만(하준 분)이 팍팍한 삶 속에서 여동생 경미(소주연 분)와 함께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남매는 여느 현실 남매가 그러하듯 아버지를 돌보는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한다. 그래도 갈등은 잠시 뿐이다. 이들은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지만 여전히 다정한 아버지의 사랑에 힘입어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마는 화목한 가족이다.

경미에게 아버지의 간호를 맡기고 일을 떠났던 경만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가난한 남매에게 장례 절차는 모든 것이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사실상 집안의 가장인 경만은 장례 음식의 반찬의 가짓수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꽃장식의 종류, 입관식의 규모까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곤혹스러워한다.

그런 경만에게 아직 그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행사 업체 대표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내의 출산 때문에 자신이 갈 수 없는 지방 팔순 잔치 행사의 진행을 대신 맡아달라는 부탁 전화다. 경만은 아버지의 장례 중임에도 돈을 두둑히 준다는 이야기에 흔들린다. 그 돈이라면 아버지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튿날 이른 아침 경만은 동생에게는 집에 갔다 온다고 말한 후 행사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 지방으로 향한다.

영화 속에서 경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행한 소동의 연속은 다소 억지스럽다. 영화의 주요 사건 자체에 그다지 개연성이 없는 점이 아쉽다. 다만 영화 속에는 슬픔이나 기쁨처럼 중요한 감정들을 그저 돈으로 치환하는 세상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디테일하게 살아있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조의금을 얼마 정도로 맞출지에 대해 토론하는 친구들과 아버지가 과거에 빌린 돈을 조의금으로 갚으라는 친척들, 웃음을 잃은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거금을 들여 잔치를 여는 아들의 모습까지. '잔칫날'은 진짜 사랑과 위로, 공감을 잃은 채 돈으로 뭔가를 보여주려고만 하는 경박한 세태를 풍자한다.

경만과 경미가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신들은 너무 직접적인 대사와 감정으로 표현돼 허무하다. 배우의 연기를 보여주기에 좋은 신들인지는 몰라도 감정의 여운이 깊지는 않다.

하준과 소주연 등 주연 배우 뿐 아니라 오치운과 이정은, 정인기 등 적재적소에 캐스팅 된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이 핍진성 부족한 영화를 강력하게 떠받든다. 잘생긴 얼굴을 버리고 삶에 찌든 무명 MC의 얼굴을 입은 하준의 변신도 흥미롭다. 오는 12월2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 타임 108분.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