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세계 첫 '6홀짜리 3개 코스' 특허 낸 골프장 경영의 1인자

최명식 기자 2020. 11.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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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태 회장이 자택에 있던 골프를 치며 받았던 여러 트로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GMI컨설팅그룹 제공

- 안용태 GMI 컨설팅그룹 회장

“그늘집 필요 없어 비용 크게 절약

3팀 동시 출발 라운드 시간 줄어”

까다로운 안양골프장 9년간 운영

별명 ‘골프장 CEO 사관학교장’

이병철 회장과의 에피소드 담은

‘호암 골프장 비록’ 틈틈이 집필

안용태(74) GMI 컨설팅그룹 회장의 별명은 ‘골프장 CEO 사관학교장’이다. 골프장 전문 컨설팅을 포함, 골프 쪽에서만 37년째 몸담아온 안 회장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는 폭넓은 인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안 회장을 만났다. 안 회장은 골퍼로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설계 특허를 특허청에 신청했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안 회장은 “현재 모든 코스가 9홀씩 2개 코스로 18홀 단위로 된 것을, 6홀씩 3개 코스로 세계 최초로 설계를 특화시켰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6홀 코스로 하면 우선 그늘집이 필요 없어 건축비나 인건비, 운영비가 들지 않고 3팀 동시 출발이 가능해 라운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서 “골프장 측에서도 1시간 더 영업을 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연 15%(12억∼15억 원)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안 회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삼성화재 관리부장 시절이었다. ‘경리통’으로 잔뼈가 굵은 그를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호출했다. 1983년 이렇게 그는 안양골프장 지배인이 됐다. 이곳은 개장하고 15년 동안 지배인이 21명 교체됐다. 평균 수명은 9개월. 22번째 지배인으로 발령 나자 그는 ‘1년도 못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표를 썼다. 인사팀도 그가 오래 못 버틸 것이라고 여겼는지, 그에게 ‘1년 후 다른 곳으로 보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렇게 골프장 근무를 시작했고, 이 회장이 이틀에 한 번 골프장에서 종횡무진 코스를 누비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회장은 ‘잔소리꾼’이라는 소문과 달리 지독히 합리적이었다. 고객과 종업원 모두를 위한 코스를 만들고 관리했다. 잘못으로 호된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1992년까지 안양골프장에서 근무한 안 회장은 중앙개발(현 에버랜드) 관리본부장으로 영전했다. 그는 “이 회장과 일에 있어서는 ‘궁합’이 잘 맞았다”면서 최장수 지배인이 된 비결을 설명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문인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본부장 근무 10개월 만에 ‘골프전문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골프장이 10년 사이 40개에서 100개 넘게 늘어난 것을 보고 ‘평생직업’을 골프로 선택했다. 그 사이 삼성그룹을 이끌게 된 고 이건희 회장은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면서 3개월 동안 사표를 처리하지 않았다.

안 회장은 삼성을 나온 후 대명레저와 건설 중이던 일동레이크 골프클럽 대표를 거쳐 골프 경영 컨설팅을 하는 지금의 GMI를 창업했다. 그는 중국 백작원골프장을 설계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창업 후 22년 동안 신규 골프장 컨설팅이 이어져 현재 500개 골프장 시대를 앞당긴 주역이다. 골프장의 A부터 Z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안 회장은 안양골프장으로 발령 나고 2년이 지나 골프를 배웠다. 안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20년 전, 가평 썬힐골프장에서 기록했던 이븐파 72타. 홀인원은 골프 입문 5년 정도 지났을 무렵 안양골프장 17번 홀(파3)에서 딱 한 번 작성했다.

지배인 시절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캐디가 골프를 못 치면 큰 문제가 된다고 판단, 국내 최초로 신입 캐디에게 골프를 치게 했다. 캐디 지망생이 미니 6홀을 쳐 24타 안에 들지 못하면 수료하지 못했을 정도. 안 회장은 전국 골프장 캐디 골프대회를 16년 동안 진행해왔고 이 대회를 통해 프로골퍼도 여럿 배출했다. ‘잔디연구소’와 ‘그린 키퍼 학교’도 안양골프장 근무 시절 그가 만들었던 작품이다. 그가 지배인으로 재임 시 안양골프장 출신은 다른 골프장의 ‘입도선매’ 대상이어서 100% 스카우트됐고 나가서 모두 성공했다. 신설 골프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안양골프장에서 1년만 근무해도 간부로 스카우트되곤 했다. 그는 “이병철 회장의 지옥훈련 산물이었다”면서 “배운 것의 50%만 해도 일 잘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안 회장이 골프장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만든 ‘수요 골프 포럼’도 벌써 1200회 이상 열었다. 처음엔 월 1회씩 열다가 요즘엔 주 1회씩 골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한다. 처음엔 안 회장이 주로 강의했지만, 요즘엔 참석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10분 스피치’로 진행하니 참석률도 높고 호응도 좋은 편이다.

안 회장은 처음엔 80세까지 일하기로 했다가 이젠 영원한 현역으로 남겠다면서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필드에 나간다. 여전히 200야드 정도를 보내고 날카로운 쇼트게임으로 90대 초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 회장은 오래전부터 하프세트만 갖고 다닌다. 파72 코스 중에도 14개 드라이버 샷과 파 5홀의 우드 샷 등 전체의 25% 스윙만 힘껏 칠 뿐이고, 나머지 75%는 힘을 조절해 맞춰 치는 샷이 많기 때문이다. 맞춰 치다 보면 편하게 샷을 하기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준다는 얘기다.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의 지침서로 불리는 ‘자명고’를 얼마 전 출간했던 안 회장은 요즘엔 이병철 회장과 관련된 에피소드 ‘호암 골프장 비록’을 집필하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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