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어서 오세요, 노동자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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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차디찬 바닷바람이 부는 새벽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정문 앞,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출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인사합니다.
1986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던 김진숙은 지난 시간 크레인 위에서 그리고 땅에서 투쟁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데 앞장섰습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그가 오늘(27일) 당장 복직한다 해도 출근할 수 있는 날은 19일뿐. 더 이상 그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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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차디찬 바닷바람이 부는 새벽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정문 앞,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출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인사합니다. 1986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던 김진숙은 지난 시간 크레인 위에서 그리고 땅에서 투쟁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데 앞장섰습니다.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그가 오늘(27일) 당장 복직한다 해도 출근할 수 있는 날은 19일뿐…. 더 이상 그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그가 참석했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그의 복직을 촉구했고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는 “지금 회사로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는 크게 반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말뿐입니다. 회사는 그의 복직을 차일피일 미루며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김진숙은 암이 재발해 다음주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동료들이 나서 조선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매일 아침 열리는 출근길 투쟁에는 쌍용차 동지들, 케이티엑스(KTX) 동지들, 전국 곳곳에서 자신의 휴일을 내놓고 달려오는 이들이 함께합니다. “인원수로는 이삼십명….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냥 저는 삼사만명보다 더 큰 숫자인 거예요. 더 큰 힘이고. 그렇게 다 하나하나 사연들이 있고. 하나하나 진짜 태산 같은 마음들을 가지고 오니까. 그냥 그런 과정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더군다나 내가 지금 이제 같이해야 하는 싸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복직 결정이 되면 무엇을 입고 첫 출근을 할 거냐고 묻는 말에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작업복을 외쳤습니다. 크레인 위에서 입었던 파란색 작업복은 이제 너무 커서 입지 못한다고 얘기를 더합니다. 거대한 크레인과 모든 동료가 회사 정문을 지나 작업복을 입고 복직하는 그에게 환영인사를 하는 그 새벽은 꼭 와야 합니다. “어서 오세요. 나의 동지. 노동자 김진숙.”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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