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만 돌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 이솜, 박혜수-비장함 대신 유쾌함 장착한 고발자들
아침엔 단체로 사내 건강 체조를 하고, 낮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여직원들이 커피를 타고 구두를 닦아놓던 시절. 글로벌, 세계화로 떠들썩하던 1995년, 업무는 베테랑이지만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8년차 말단 여사원들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하 ‘삼토반’) 주인공이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는 대리가 되기 위해 토익반에 등록하지만 결국은 회사와 맞짱 뜨는 세 친구로 분했다. 영화 속에서 마치 90년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Z세대 같은 매력을 내뿜는 셋을 간담회 현장에서 만났다. 영화는 146만 명(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11월 18일 기준)을 돌파했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까지 늘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온 배우 고아성이 12초에 커피 10잔을 타는 업무 베테랑 ‘이자영’으로 분했다.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등장해 드라마 ‘청춘시대’와 영화 ‘스윙키즈’로 새롭고 풋풋한 매력을 뽐낸 박혜수가 수학 천재 출신 회계부 직원 ‘심보람’ 역을 맡고,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영화 ‘소공녀’, ‘나의 특별한 형제’ 등에서 자신만의 독보적 캐릭터를 쌓아온 이솜은 숨은 아이디어 뱅크지만 정작 하는 일은 회의 중인 부서원들에게 햄버거를 사다 나르는 마케팅부 직원 ‘유나’로 분했다.
Q. 작품 선택 이유? (고아성)영어토익반 뒤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그것을 20대 여자 셋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이솜)또래 배우들과 199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95년도를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 요즘 친구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박혜수)‘자영’, ‘유나’, ‘보람’ 세 명의 케미,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배경은 90년대 중반이지만 현재의 20대~30대 직장인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Q. 90년대 이후 출생인 배우들은 공중전화나 사무실에서의 흡연 등 모든 게 신기했을 것 같다. (고아성)당시 사내 건강 체조라는게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박혜수)의상, 메이크업이 각 인물의 성격과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해 줬다. 영화를 준비하며 90년대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너무 멋있고 힙했다. (이솜)‘유나’ 캐릭터가 90년대 스타일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영화 초반 의상 팀이랑 동묘시장에 가서 의상을 많이 찾아봤다. 지금 90년대 레트로가 유행이지 않나.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롱부츠, 미니스커트, 파워 숄더의 정장룩 외에 헤어 뽕 스타일이나 과감한 갈매기 눈썹 등 유행했던 화장 기법을 찾아보고, 1990년대 장만옥 사진과 엄마 젊을적인 95년도 사진 속 의상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유나의 머리색인 ‘블루 블랙’ 컬러도 내가 고집해서 넣었다.
Q. 세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신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고아성)촬영할 때, 합숙을 자처해 매일 밤마다 모여서 내일 어떻게 찍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솜)내가 1990년생이라 열 살까지 정도 밖에 기억이 없어서, 옛날 자료들도 찾아보고, 젊은 시절의 엄마 사진들을 보면서 그 시대에 입었던 옷 등 기억나진 않지만 흐릿한 그리움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박혜수)‘자영’이 사건을 가져오면, ‘유나’가 아닌 척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그럼 ‘보람’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하면서 수학적으로 풀어나간다. 촬영 전부터 자주 보고, 이야기하며 가까워지다 보니, 실제로 관계가 그런 식으로 형성됐다. 고아성 씨가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 이솜 씨가 “어디로 갈까?” 이러면서 장소 예약을 하고, 난 그냥 따라간다. 그렇게 역할과 우리 셋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Q. 영화계에서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여자라는 성별과 을의 반란이라는 점 등 여성 중심의 서사가 주는 매력이 있다면? (고아성)여배우들과 있는 현장이 드문데, 전작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도 많은 여배우들과 일하며 처음으로 느낀 분위기가 있다. 에너제틱하고 든든하고, 같이 있으면 뭔가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당당한 애티튜드. 이번 삼토반 현장도 그런 분위기가 절로 만들어졌는데, 영화에도 담겼으면 좋겠다. (이솜)여배우들과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고아성, 박혜수 씨 합류 소식을 듣고 신이 났다. 예민해진 날도 있었는데 촬영장을 둘러보니 스태프들, 배우들도 나와 같은 얼굴이더라. ‘다 같은 마음이구나’ 느꼈다. (박혜수)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서 제대로 끈끈함을 느꼈다. 감독님과 넷이 사총사처럼 한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게 의미가 있었고. 그 힘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형이 왜 거기서 나와?
[글 박찬은 기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56호 (20.12.01)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