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n번방 보도 1년..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프다"

MBC라디오 2020. 11. 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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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 후 한동안 반응 잠잠, 국민청원 이후 공론화 빨리 이뤄져
- 조주빈 검거, 너무나 평범한 대학생 모습에 허탈했다
- 징역 40년 선고, '디지털성범죄 = 강력범죄' 인식 변화 의미 있어
- 피해자 고통은 계속.. 동영상 삭제 속도 너무 느리다


■ 프로그램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진행자 > 앞서 타임라인에서 말씀드렸듯이 법원이 오늘 조주빈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기자는 오늘 판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한겨레신문 오연서 기자가 지금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연서 >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제가 기사를 찾아보니까 한겨레신문에서 처음으로 이 사건 보도 한 게 바로 작년 어제 1년 하루 전이더라고요. 2019년 11월 25일. 처음에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떤 것이었죠?

◎ 오연서 > 진짜 딱 1년이 됐는데요. 처음에 제보로 시작했습니다. 김완 기자가 저희 선배인 김완 기자가 처음에 텔레그램에서 한 고등학생이 성착취방 운영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라는 걸 제보를 받아서 취재를 해서 보도했는데 하루 만에 그 고등학생이 검거가 됐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저희가 관련된 제보를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인천고등학생은 곁다리 중에 하나였던 거예요. 이 사건 본질에는 박사라는 인물이 있고 이 방이 굉장히 참담하다는 걸 보고 기사 쓰는 것보다 얘를 빨리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빨리 들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 진행자 > 일반적 기사와 상당히 다른 상황이고 경로였고 그래서 기사 직업 정신이 있는데 기자는 미국에서는 기자가 지하철 선로에서 떨어진 사람 구하기보다는 사진 찍다가 이럴 정도인데 오연서 기자는 기사 쓰기보다 빨리 잡아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피해자에 참담한 피해가 있었다, 이 말이잖아요. 그게 결국은 우리 독자들께도 그대로 전달된 게 기사 나가서 정말 나라가 뒤집힐 정도였어요. 그런데 주범 조주빈은 바로 안 잡히고 엄청나게 오래 걸렸잖아요. 누군지도 모르고.

◎ 오연서 > 저희 기사 나가고 나서 따져보니까 네 달 뒤 검거됐더라고요. 사실 얘가 굉장히 은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거든요. 안타깝기도 하고 사실 보도가 되고 나서 저희 기사에 대한 반응이 바로 있었던 게 아니라 한동안 되게 잠잠했어요.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았었고 처음에는 그랬다가 연말에 한 번 젊은 여성들이 국민청원을 올린 거예요. n번방 진상규명해야 된다, 그게 2020년 첫 국민청원 20만 명 달성하면서 이후에 방송보도들이 많이 나오면서 공론화가 빨리 됐던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그렇죠. 방송의 힘이 크긴 커요.

◎ 오연서 > 진짜 그런 거 같아요.

◎ 진행자 > 시작은 신문에서 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박사 박사 했을 때 박사가 실존 인물인지, 그렇죠. 그 다음에 어떤 인물인지 여러 가지 추정도 나왔는데 결국 잡혔어요. 조주빈. 그때 심경이 어떠셨어요?

◎ 오연서 > 허탈했어요. 처음에 보도하면서 별별 상상을 다 했거든요. 한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거나 정말 전과가 많은 사람이거나.

◎ 진행자 > 뭔가 거물스럽고 범죄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드셨다는 거죠.

◎ 오연서 > 심지어 한 명이 아닐 거라는 상상도 했었어요. 여러 명이 아이디를 돌려가면서 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잡히고 나서 바로 신상공개가 됐잖아요. 그런데 너무나도 평범한 남자 대학생, 젊은 대학생인 거예요. 그것 때문에 너무 허탈했고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가해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말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진행자 > 지금 문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7***님 ‘기자님 진짜로 감사합니다 수고도 하셨고요’ 많은 응원과 격려 감사 문자, 오연서 기자도 직접 많이 받으셨죠?

◎ 오연서 > 네, 감사문자 같은 거 주변에서 많이.

◎ 진행자 > 연락처를 몰라서 어떻게 연락해야 될지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테니까 정말 열심히 잘하셨다 하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고 그렇게 붙잡힌 조주빈 오늘 징역 40년 선고 받았습니다. 그동안 오연서 기자가 쓴 기자들에는 성범죄 처벌이 왜 이렇게 솜방망이냐, 이런 게 많잖아요. 물론 오연서 기자뿐만 아니라 여러 기사들이 많았고, 오늘 나온 판결 징역 40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오연서 > 두 가지 정도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첫 번째는 우리가 보통 디지털성범죄에 있어서 징역 10년형 선고도 최근 뉴스에서나 봤었지

◎ 진행자 > 없었죠. 과거에는 없었죠.

◎ 오연서 > 중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었는데 징역 40년이 선고됐다는 건 사실상 디지털성범죄자가 사회에서 상당기간 격리가 돼 있어야 된다 라는 재판부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생각에서 더 이상 디지털성범죄가 사이버 범죄 영역이 아니라 중한 성폭력범죄 강력범죄 영역에서 바라보고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주요했던 혐의가 범죄단체조직 혐의였던 거잖아요.

사실 텔레그램이나 트위터나 카톡 이런 걸 보면 불특정다수들이 대면을 하지 않고 이렇게 사실 같이 공범으로 묶이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건데 이제 디지털성범죄 성격을 재판부가 조금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가지가 좀 의미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진행자 > 재판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은 이게 뭐야 뭔지 잘 몰랐을 거예요.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 장난하고 왜냐하면 제가 국회 있을 때도 법사위에서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떤 아이들은 이것을 취미나 예술이나 장난으로 하는데 이렇게 형량을 높여야 돼? 말씀하신 분도 많으셨거든요. 오연서 기자 말씀은 40년형이 상징하는 것이 이제는 재판부나 기성세대가 디지털 성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구나,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가해자는 당연히 엄중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또 다른 문제가 피해자잖아요. 그동안 피해자들은 잊혀진 존재인 경우가 많았고 특히 오연서 기자는 n번방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 곁에서 계속 지켜봐오셨잖아요. 어떤 상황이던가요?

◎ 오연서 >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소통은 하고 있는데 사실 가장 힘들어하는 건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본인의 사진이나 영상들이 떠돌아다니고 있고 심지어 판매까지 하는 걸 본인들이 직접 보면서 아무리 이게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지만 내 삶에 있어서 사건은 정말 평생 끝낼 수 없는 건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걸로 가장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진행자 > 혹시 오늘 판결이후에도 피해자 분하고 연락하셨나요?

◎ 오연서 > 예, 연락해서 물어봤어요. 40년형 나온 것 어떻게 봤냐 기사, 물어봤는데 막 깜짝 놀라거나 동요하는 피해자는 많이 없었고요. 어떤 피해자는 무기징역 구형됐다는 게 굉장히 큰 뉴스로 나왔는데 선고 자체는 그렇게 나지 않았으니까 속상하다고 하는 분도 계셨고 그리고 좀 이게 진짜 그 사람의 죗값에 맞는 합당한 선고인지 가늠이 안 된다, 실감이 안 난다는 하는 분들 그런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가해자들은 이제 1심 선고가 났으니까 이걸로 이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나는 사실 어제도 누가 내 자료 보고 나한테 연락하더라, 나는 안 끝난 것 같은데 너무 요새 오늘 기사와 뉴스들에서는 이 사건이 끝난 것처럼 얘기가 나오니까 그런 걸로 두려워하고 속상해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 진행자 > 사실 사람들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지 피해자에 대해서 별로 공감을 못해요. 처벌 많이 내려졌으니 이제 됐잖아, 이런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잖아요. 피해자들이 곁에서 그것을 느끼실 때는 나는 그럼 뭐지 나는 어떻게 되지 이게 클 것 같은데 앞서 오연서 기자가 지금도 짚어주셨지만 여전히 피해자 관련 영상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피해자들은 그것만 해도 정말 큰 고통이실 텐데 그걸 빨리 지워야 되는 부분, 그 다음에 또 뭐가 피해자들께 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세죠?

◎ 오연서 > 일단 처음에 이 사건이 나고 나서 피해자 지원이 주로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느냐 하면 너무 잔혹하고 끔찍하다 보니까 이 사람들 심리치료를 해준다. 사실 이 부분은 제가 접촉한 피해자 분들에 한해서만 말씀드리면 굉장히 빠르고 폭넓게 지원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심리치료 같은 경우. 사실 그것만으로 상처를 치유하기가 굉장히 부족한 건데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삭제, 이 삭제가 속도가 너무 느려요. 피해자가 직접 굉장히 복잡한 절차에 따라서 삭제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그거 삭제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고 피해자가 직접 삭제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삭제가 잘 되지도 않거든요.

◎ 진행자 > 제3자가 신고하면 바로 삭제 안 된다는 거죠.

◎ 오연서 > 네, 그런 점들. 그것만 해결돼도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속도는 굉장히 빨라질 것 같은데 잊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내 이름 검색해보면 나오고 이런 것들이 참 힘든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마지막으로 피해자 말씀도 주셨고 형량은 높아졌다 하는데 그래도 뭔가 디지털 성폭력을 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 오연서 > 사실 대책이 뭔가 더 나오고 피해자 지원대책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잡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 잡아야 된다. 일단은 이 범죄가 수사 가능한 분야이고 잡으면 조주빈처럼 이렇게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지금을 시작으로 해서 계속해서 보여줘야.

◎ 진행자 > 일단 다 잡아야 된다. 가슴에 팍 꽂힙니다. 월요일에 한겨레 정은주 편집장과도 잠깐 얘기했는데 한겨레에서 디지털성범죄 아카이브(http://stopn.hani.co.kr/)를 만들고 있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 꼭 찾아서 들여다보시고 함께 관심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오연서 기자 더 좋은 보도 기대하겠고요. 오늘은 여기서 마쳐야 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신문 오연서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연서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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