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아쉽게 탈락한 선수② 2019년 신인왕 김태호

이재범 2020. 11. 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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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2020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지난 23일 열렸다. 역대 최다인 48명의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5번째로 많은 24명이 뽑혔다. 언제나 드래프트가 끝나면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선 2019년 대학농구리그 신인왕 김태호(186.8cm, G)도 그 중 한 명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대학농구리그 신인왕 수상자 3명이 한 번에 참가했다. 2017년 한승희(KGC)와 2018년 이용우(DB), 2019년 김태호가 신인왕 출신이다. 대학농구리그에선 2011년부터 신인상을 시상했고, 신인상 수상자는 지난해 드래프트까지 아무리 늦어도 5순위 이내 지명되었다.

이번에는 한승희가 5순위, 이용우가 9순위에 뽑혔지만, 김태호는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만약 김태호가 4년 내내 대학을 다닌 후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어땠을까? 5순위 이내 지명을 장담할 수 없어도 1라운드에는 뽑혔을 가능성이 높다. 2년 일찍 드래프트에 참가한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 역대 대학농구리그 신인왕 지명순위
2011년 이승현 / 1순위
2012년 허웅 / 5순위
2013년 이종현 / 1순위
2014년 허훈 / 1순위
2015년 변준형 / 2순위
2016년 유현준 / 3순위
2017년 한승희 / 5순위
2018년 이용우 / 9순위
2019년 김태호 / 탈락

김태호는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한 뒤 “프로에서 적응 단계를 거쳐야 뛸 수 있기 때문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것처럼 남들보다 프로에 빨리 적응하고 싶다”고 이른 드래프트 참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명순위를 고려하지 않았다. 3라운드 이후에라도 뽑히기만을 바랐다.

김태호가 드래프트 참가자 명단에 등장하자 스카우트들은 “김태호는 농구를 잘 하지만, 빨리 나온 감이 있다. 단국대 경기를 보면 김태호는 농구를 예쁘게 한다. 그렇지만, 2라운드 이내 뽑히기는 힘들다”, “왜 굳이 지금 나오는지 모르겠다. 득점력도 갖췄고, 대학무대에서는 괜찮다. 좀 더 가능성을 보여준 뒤 프로에 와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태호는 2019년 대학농구리그에서 16경기 평균 33분 25초 출전해 12.3점 5.6리바운드 3.7어시스트 2.1스틸을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이 25.0%(18/72)에 머문 게 아쉬웠다. 김태호는 올해 열린 대학농구리그 1차 대회에서 평균 14분 59초 출전해 8.0점 3점슛 성공률 37.5%(3/8)를 기록했다. 출전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든 걸 감안하면 득점력이 나쁘지 않고, 3점슛을 보완한 걸 보여줬다. 그렇지만, 적은 출전시간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김태호는 더구나 이번 여름 티눈 부상 등으로 프로와 연습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출전시간이 적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학년 때 보여준 기량만 따지면 같은 학년인 이준희(DB)보다 김태호가 낫지만, 전체 평가에서는 신장이나 가능성에서 오히려 이준희에게 뒤졌다.

김태호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드래프트 당일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했는데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최소한 1라운드 지명을 보장하는 신인왕 출신임에도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다.

A스카우트는 “김태호는 아깝다. 만약 1년만 더 대학에서 보여주고 나왔다면 최소한 뽑힐 수 있는 선수였다”고 아쉽게 탈락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김태호를 언급했다.

B스카우트 역시 “뽑힐 선수는 뽑혔다. (뽑을 선수를 정리한) 리스트에 올린 선수 중에서는 김태호가 탈락했다”며 “신인왕 출신에 신장이 있다. 그렇지만 2번(슈팅가드) 신장이 커지고 있다. 그 부분이 작용했을 수 있다. 단국대 경기를 몇 번 보지 못했는데 트라이아웃에서 평범했다. 드리블도 높았고, 특색 있는 장점이 나오지 않았다. 애매했다. 이 정도 수준의 선수는 매년 나온다”고 김태호가 탈락한 이유를 추측했다.

C스카우트는 “김태호도 아쉽다. 1학년 때 잘 해서 신인상을 받았다. 다른 팀에서도 김태호를 눈 여겨 봤다. 올해 경기하는 걸 제대로 못 보여줬기에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2번으로 제대로 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막농구를 하는 느낌이었다”며 “1학년 때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스크린을 활용할 줄 알고, 패스도 할 줄 알고, 돌파도 잘 했다. 부상 이후 농구하는 폼이 떨어졌다. 부상 없이 1학년 때 모습을 꾸준하게 이어나갔다면 좋았을 건데 자신감 등이 떨어진 것인지 자기 본 모습을 못 보여줬다”고 했다.

지난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김태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호는 트라이아웃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하자 “1학년 때 보여준 게 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는 수비나 궂은일 중심으로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며 “스틸은 굉장히 많이 한 듯 하다. 농구 관계자 분들께서 보셨으니까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실 거다”고 했다.

김태호는 트라이아웃 두 경기에서 18분 35초 출전해 4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을 기록했다. 2점슛 1개와 자유투 2개로 4득점했고, 3점슛을 2개 던져 모두 놓쳤다. 8리바운드는 5리바운드의 차민석(20점)보다 더 많았다. 그렇지만, 득점에서는 공격에 소극적인 신원철과 양재혁 이외에는 김태호보다 적은 선수가 없었다. 기록에서도 득점보다 궂은일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C스카우트는 “1학년 때 신인상을 받은 기량을 보여준 뒤 곧바로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몰라도 지금은 그 활약이 잊혀졌다. 근성이나 궂은일에 적극적인 건 포워드나 센터에게 더 필요한 거다. 가드라면 트라이아웃에서 슈팅과 코트 비전, 패싱 능력을 더 보여줬어야 한다”며 “김태호가 생각을 잘못한 거다. 실력이 갖춰져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드러냈어야 한다. 그건 판단 실수다”라고 김태호가 트라이아웃에 임한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각 구단들은 자신들의 순번에 뽑을 선수들을 대부분 정해놓고 나온다. 이 때문에 트라이아웃이 드래프트 지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C스카우트는 “이번엔 대부분 정해놓은 선수를 뽑아서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1라운드 초반, 중반, 후반 순위에서는 뽑을 선수들을 순서대로 정리를 해놓고 뽑는다. 그렇지만, 지명순위가 뒤로 갈수록 트라이아웃에서 보여주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얻어 지명까지도 가능하다. 김태호는 트라이아웃에서 3점슛 2~3개씩 넣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김태호는 조금이라도 빨리 드래프트에 참가한다고 무조건 선발되는 것도 아니고, 가드라면 트라이아웃에서 궂은일보다 다른 역량을 보여줘야만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사진_ 점프볼 DB(한필상, 홍기웅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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