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폭염 폭우 가뭄 태풍 강하고 잦아진 동아시아

윤신영 기자 2020. 1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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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따른 극한기상 현상 증거 계속 축적중
2016년 8월 15일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앞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이 해 여름 한국을 강타한 역대급 폭염과 가뭄은 몽골 등 동아시아 내륙지역에서 최근 20년 사이에 급격히 심각해진 폭염과 토양 건조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접적인 원인은 기후변화가 꼽혔다. 동아일보DB

기후변화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급격하게 높이는 현상이지만 폭염(열파)과 폭설, 한파, 집중호우, 강력한 태풍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극한기상)을 더 자주 발생시키는 현상이기도 한다. 최근 국내외 기상학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극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연구는 더 강한 극한기상을 부르는 모습까지 보여서 기후변화가 손쓸 수 없는 단계(티핑포인트)를 이미 넘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폭염과 가뭄 20년새 더 잦아지고 심해졌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기상청-전남대 가뭄특이기상연구센터장)와 장펭 연구원,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은 미국, 중국, 일본 연구팀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내륙지역의 나무 나이테와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과 가뭄이 최근 20년 사이에 점점 잦아지고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상측정소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몽골 및 주변지역의 7~8월 기온과 토양 습도 데이터수십 년치를 확보했다. 여기에 토양 수분에 민감한 나무와 폭염시 유독 잘 자라는 나무 5종의 나이테 간격 데이터를 76개 지역에서 확보해 인공위성이나 기상측정소가 없던 과거의 토양 습도 및 폭염 데이터를 복원하는 방법으로 1750년부터 2017년까지 267년의 폭염과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기후는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더워졌고, 특히 약 20년 전부터 폭염의 빈도가 극도로 잦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토양의 습도 역시 최근 20년 사이에 전례 없이 크게 떨어졌음이 확인됐다. 몽골은 20세기에도 1900년대, 1920년대, 1940년대, 1970년대 등 네 차례의 가뭄이 있었고 이 때 토양의 습도 역시 크게 떨어졌을 정도로 원래 토양 습도의 변동이 큰 지역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말 이후는 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땅이 건조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17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폭염 발생 일수(검은선)와 토양 수분 저장량(파란선)을 그래프로 표시했다. 폭염과 토양 수분 모두 20세기 말부터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사이언스 논문 캡쳐

연구팀은 “최근 약 20년간 나타난 급격한 고온화와 건조화는 260년새 유례가 없다”며 “명백히 자연적인 변동의 폭을 넘어선,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폭염으로 지면이 건조해지면 대기 중에 수분이 늘면서 다시 토양이 축축해지며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원래 존재하는데, 최근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땅 속 토양이 2~3m 이상 깊은 곳까지 말라버렸다”며 “이 지역이 회복력을 잃고 사막화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지면의 건조화와 폭염이 서로 발생을 늘리는 '양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토양 수분이 줄어들면서 폭염시 대기가 더 달궈지고 고기압이 발생하며 폭염 강도가 다시 증가해 다시 토양이 건조해지는 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몽골 지역의 이 같은 변화는 한반도 폭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 교수는 “2016년 한국에 발생한 대폭염이 대표적인 예”며 “당시에도 몽골의 토양 수분이 마르면서 폭염과 가뭄이 발생했고, 그 고기압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열돔을 형성했다. 동아시아 내륙의 현재 변화는 향후 한반도에 다시 폭염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1979~2017년 사이 폭염 발생 일수(왼쪽)와 토양 수분(오른쪽)의 변화를 지도에 표시했다. 붉은색은 늘어난 곳이고 파란색은 줄어든 곳이다. 동아시아 내륙(사각형) 지역은 폭염 빈도는 늘고 토양 수분은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논문 캡쳐

●짧은 기간 집중호우 늘어

동아시아 열파는 짧은 기간 동안 극단적인 비가 내리는 극한강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진호 GIST 교수와 박진아 연구원팀은 1979년 이후 약 30년 동안의 기후 관측 데이터와 최신 기후모델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장마기간의 강우량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마기간 중 극히 짧은 일부 기간에 호우가 집중되고 이후 고온건조한 기간이 지속되는 경향이 최근 훨씬 심해졌다는 사실을 밝혀 ‘환경연구회보’ 9월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지난 7월, 악셀 티머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과 하경자 부산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와 약간 다르다. 당시 티머먼 단장팀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1973~2020년의 평균 강수량 변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여름 평균 강수량과 일 최대 또는 시간 최대 강수량 등 주요 측정값에서 장기적인 변화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티머먼 단장의 연구는 6월 1~8월 15일까지 약 두 달 반이라는 긴 기간을 살펴본 결과이고, 윤 교수팀은 이 기간 가운데 집중적으로 비가 오는 3~4주만 따로 살펴본 결과다. 윤 교수는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비가 내린다는 뜻”이라며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지역의 장마기간(6월 18일-7월 11일)과 이후 건조기간(7월 19일-7월 25일) 강수량의 1979년부터 2017년까지의 변화추세를 보여준다. 장마기간에는 동아시아 지역(한국, 중국 양쯔강 부근, 일본 남서부 지역)의 강수량이 증가하고(왼쪽, 파란색), 이후 건조기간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강수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오른쪽, 빨간색). 이는 종래의 장마기간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이후 건조기간은 더욱 건조해지면서 집중호우와 가뭄과 같은 극한강수현상이 더욱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GIST 제공

●태풍과 허리케인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진다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극한기상인 태풍과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의 피해도 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과기대(OIST)팀은 북대서양의 허리케인이 육상 상륙 뒤에도 이전에 비해 세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거 50년 동안 북대서양에서 발생해 북미대륙에 상륙한 허리케인의 상륙 및 소멸 속도를 측정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밝혔다. 

그 결과 1960년대에는 허리케인이 상륙 첫 날 세력의 75%를 잃으며 약화됐지만, 최근에는 세력이 50%밖에 줄지 않아 허리케인이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육상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 원인”이라며 허리케인이 습도를 더 많이 머금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역시 태풍의 늘어난 피해에 직면해 있다. 제임스 코신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원은 전세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속도가 68년 사이에 10% 느려졌다는 사실을 밝혀 2018년 6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의 태풍은 이동속도가 30%로 평균보다 훨씬 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더 많은 습기를 머금은 허리케인은 육지에 상륙해서도 에너지가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허리케인이 과거보다 육상 상륙 뒤 에너지가 덜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OIST 제공

코신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태평양 북쪽 지역은 태풍의 이동 속도가 가장 느려진 지역”이라며 “강우 지속 시간이 늘어 강우량이 많아지고 파도, 바람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풍은 이동경로도 변하고 있는데, 가장 세력이 강할 때의 위치가 점점 북상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코신 연구원은 “한국은 태풍 이동 속도와 경로라는 두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도시 계획과 재난 위험 완화 정책에 이 사실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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