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장르다..충무로영화제의 변신

서정민 2020. 11. 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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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모든 프로그램 기획·제작
올해는 '디렉터스 위크'로 열려
새달 1~5일 온라인으로 생중계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 포스터. 충무로영화제 제공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감독의 영화제’를 표방하는 국내 유일의 감독 중심 영화제가 찾아온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중구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12월 1~5일 비대면 온라인으로 여는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다.

중구문화재단은 지난 4년간 음악·뮤지컬영화 중심의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열어왔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작품 상영 위주 영화제가 힘들어지면서 창작 주체인 감독 중심의 영화제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봉준호·박찬욱·김보라 등 370여명의 감독이 속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결합하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를 맡은 민규동 감독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을 모티브 삼아 감독이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는, 감독 자체가 장르인 영화제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2005년 젊은 영화감독 중심으로 출범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충무로영화제에 관심을 가진 건 “‘충무로’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 올드한 느낌” 때문이라고 민 감독은 설명했다. 전통적인 충무로 영화 제작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감독들이 ‘충무로’의 개념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민 감독은 “을지로가 ‘힙지로’가 되고 전통과 모던이 만난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즘, 충무로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를 맡은 민규동 감독. 충무로영화제 제공

그래서 기획한 것이 충무로의 영문 약자를 제목으로 한 개막작 <The CMR>이다. ‘충무로, 새(세)로 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충무로를 모바일 세대에 익숙한 ‘세로 영상’에 담아낸 것이다. 감독 15명이 각각 서울 중구 15개 행정동 거리를 배경으로 3분여짜리 초단편 세로 시네마를 찍어 1시간짜리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했다. 5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추첨으로 뽑은 봉만대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69세>의 임선애 감독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탁구공 뽑기로 명동, 황학동, 장충동 등 행정동을 배정받았는데, 감독끼리 자율적으로 맞바꾸기도 했다. 민 감독은 “세로 시네마를 통해 충무로라는 전통적 장소에서 영화의 개념을 새롭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감독 개개인의 미학적 도전의 의미도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개막작은 네이버티브이(TV)와 유튜브의 영화제 공식 채널에서 개막일 이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세로 영상 플랫폼 틱톡에도 개별 단편 15편을 1년간 공개한다.

또 올해 대중적·예술적 성취를 이룬 장편영화 9편과 단편영화 10편에 대한 온라인 지브이(GV·관객과의 대화) ‘쌀롱 드 씨네마-감독이 감독에게 묻다’를 열어 네이버티브이로 실시간 중계한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남매의 여름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감독·배우·스태프가 참여하는데, 사회를 변영주 등 또 다른 감독이 맡아 영화 속 깊은 얘기를 풀어낸다. 지브이 관람은 무료지만, 직전에 온라인으로 실시간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면 2000원(장편 기준)을 결제해야 한다.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 트레일러 영상의 한 장면. 충무로영화제 제공

감독들이 모여 특정 주제를 놓고 편안하면서도 깊은 얘기를 나누는 ‘충무로 클라쓰’도 열린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 등은 오티티(OTT) 오리지널 작품의 연출과 극장의 미래를,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등은 배우 겸 감독의 두 직업 세계를, 오기환·장항준 감독 등은 시나리오 작법을 얘기한다. 캐주얼 포럼 ‘한숨 토-크’에선 윤제균·민규동·이준익·임필성·김홍준 감독이 ‘코로나 시대의 감독살이’를 주제로 고민을 진솔하게 토로한다.

영화 상영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은 네이버티브이 실시간 중계로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자세한 정보와 시간표는 영화제 누리집(thecm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감독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있는데, 영화제 기간엔 정체성과 자존감을 되찾고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으면 한다”며 “내년엔 오프라인으로 제대로 하고, 장기적으로 국제감독영화제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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