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시진핑 언제 방한하나 질문받자 기자 마스크 가리키며 "코로나 잡혀야"

김은중 기자 2020. 11. 2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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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과 회담에 24분 지각.. 한국에 "美中갈등 적절히 처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방한(訪韓) 첫날 일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일정부터 20분 넘게 지각하고도 공개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기대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대해선 ‘한국 내 코로나 통제’를 전제로 내걸었다. 반면,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해선 한국 정부에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 외교가에선 왕 부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외교적 결례이자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중 양국은 이날 오전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방역 신속 통로 개선 및 적용 범위 확대 ▲외교·안보(2+2) 대화 가동 등 10개 의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공들여온 시 주석 연내 방한이나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에도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스크를 가리키면서 “코로나가 통제돼야 한다. 조건이 성숙하면 (시 주석)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확진자 수가 이날 500명 이상으로 치솟은 가운데, 시 주석 연내 방한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명하며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이 최소한 중립에 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강 장관 답변은 중국 측 발표 자료에 담겨있지 않았다. 다만 강 장관은 중국이 자국 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에 맞서 제시한 ‘디지털 안보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적극 연구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일정

왕 부장은 이날 회담장에 24분 늦게 도착했다. 약속된 회담 시작 시각(오전 10시)을 20분 앞두고 돌연 “개인 사정이 있다”며 통보했고, 지각 이유를 묻자 “트래픽(교통 체증)”이라고 했다. 강 장관 등은 회담장에서 20분 넘게 기다렸다. 왕 부장은 작년 방한 때도 각계 인사 100여 명을 초청한 오찬에 40분 가까이 늦어 참석자들의 반발을 샀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별도의 사과 없이 모두(冒頭)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뒤이어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중국 측은 지각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는 갈비찜 등 한식과 함께 왕 부장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알려진 짜장면도 나왔다.

왕 부장은 오후 4시에는 청와대를 찾아 57분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기념 촬영에선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왕 부장이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시 주석은 왕 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국빈 방문 초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 내 서열 20위권의 왕 부장 방한에 당·정·청 실세가 총출동했는데 그가 지각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야권에선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명나라·청나라 칙사 떠받들듯이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왕 부장은 저녁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 만찬에는 김한정·김성환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배석했다. 왕 부장은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의 동시적 조치를 언급하며 “남과 북이 주인”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남북) 소강 국면도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중국 정책은 불충돌, 불대결”이라고 했다고 한다. 왕 부장은 중국 마오타이주를 돌렸고, 이 전 대표도 여러 잔을 마셨다고 한다. 왕 부장은 27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과 조찬을 하고 박병석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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