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30] 걸리는 '것'이 많으면
‘나라가 니꺼냐.’ 정말 자기들만의 세상인 양 쥐락펴락하는 행태를 꾸짖어 후련하긴 한데. 떠름하다. ‘나라가 네(또는 너희) 것이냐’ 해야 하는 어문 규정을 보기 좋게 박살 냈으니. 더없이 간결한 이 구호를 늘어지듯 점잖게 쓰면 힘이 떨어진다 여겼을까. 신문도 기어코 제목으로 옮기고 말았다.
비슷한 형태를 우리는 더러 표기법에 어긋나게 쓴다. ‘내일은 영하로 내려갈 꺼야(거야).’ ‘모레까지 비 안 올껄(걸)?’ ‘겨울옷 챙겨 놓을께(게).’ 이 정도는 된소리를 피하면 된다는 점만 유념하면 될 터…. 거친 땅도 아닌데 신문 기사마다 돌부리 같은 ‘것’이 박혀 있어 제법 걸리적댄다.
‘예배 법회 미사 등을 온라인으로 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다.’ 흔히 보는 이런 문장에서 ‘할 것을’이라 써야만 좋을까. ‘하라고’ ‘하도록’ ‘하기를’처럼 달리 표현할 수 있다. 나올 것으로(나오리라) 기대하며, 줄어들 것을(줄어들까) 우려해, 멈추는 게(멈춰야) 옳지, 나아갈 것이다(나아가겠다)….
이렇게 어미(語尾)가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교착어(膠着語) 특성을 살려보자. 돌밭이 폭신한 잔디밭 되지 않을까. 거추장스러운 ‘것’을 걷어내는 어미 활용은 얼마든지 더 있다.
쓰는 것이(쓰면) 어떨까, 무거운 것으로(무겁다고) 알려진, 거의 닳은 것이라(닳아서), 틀리는 것인지 맞는 것인지(틀리는지 맞는지), 안 하는 것은(안 하니) 고마운 일….
보조용언 곁들여도 좋다. 키울 것이 아니라(키우지 말고), 지난 것 같은데(지난 듯한데), 있을 것 같아서(있겠다 싶어서) 식으로. 모든 어미[母] 못잖게 우리말 어미(語尾)도 위대하지 않은가.
‘것’ 덕분에 잊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다. “우주의 70%는 수소인 것이지” “서로 다른 기체도 부피가 같으면 분자 수도 같은 것이지”…. 요즘도 친구들과 ‘것이지 화법’으로 고교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안 그래도 어려운 화학 시간, 남은 것은 ‘것이지’뿐인 것이지.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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