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침달'이 소중한 이유
그럼 우리 아침달에 갈까요?
올해 세 번째 시집을 내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게 동네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일이었다고 하자, 후배 시인이 한 말이다. 아침달은 후배가 첫 시집을 낸 출판사이자 카페를 겸한 독립 서점이다. 독립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일 뿐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이다. 시집 전문 서점을 표방한 위트 앤 시니컬, 처음 단독 낭독회를 했던 진부책방, 304낭독회 장소를 물색할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풀무질책방. 언제든 방문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육성을 들으며,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곳들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만남보다는 거리 두기를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을 제외한 많은 장소들이 소외되고 있는 게 사실이고, 독립 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오랫동안 힘겹게 자리를 지켜온 독립 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장소는 사람들만큼이나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방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한번 사라진 장소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이 납작해지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침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서점은 텅 비어 있었다. 거리 두기 단계가 낮아지면 좀 나아지겠죠. 천천히 서가를 둘러보았고, 후배는 ‘공감연습'과 ‘걷기의 인문학'을, 나는 ‘기병대'와 ‘망명과 자긍심'이란 책을 골랐다. 서점을 나오면서는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번 겨울엔 귤 까먹으며 책 읽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겠다.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으로 책만 한 게 없지. 어쩌면 책 읽는 행위만으로도 소중한 사람들과 장소들을 한꺼번에 지켜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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